[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시작된 3幕

〈제11보〉(148~157)=좌하귀가 어떤 상황인지 다시 정리해 보자. 참고1도 백1 이하 10까지 백이 하자는 대로 다 받아주어도 이른바 양패(兩覇)로 백이 잡혀 있다(10 다음 백A면 억지 패는 되지만 3수나 늘어진 패여서 희망이 없다). 그 좋던 바둑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멀쩡하던 귀를 선수(先手)로 잡히면서 백은 중앙 흑의 꼬리라도 떼먹지 못하면 대역전패를 면치 못하게 됐다.

그러나 여기서부터 나현의 진짜 솜씨가 반상(盤上)을 화려하게 수놓기 시작한다. 그야 말로 '백이 혼자 두어도 힘들 정도'의 대반전이 이뤄지는 것. 이런 경우는 대개 대국자 2명의 '합작품'일 경우가 많다. 한쪽이 잘 두어서만은 불가능하고 상대가 잇단 실수로 협조(?)해야 가능해진다.

150이 '제3막'의 출발점. 일단 이렇게 안형(眼形)을 빼앗고 볼 일이다. 155가 치명적 의문수였다. 참고2도 1로 한 걸음이라도 멀리 적진을 벗어나는 게 좋았다. 9까지 대마를 연결하는 정도로 흑의 승리였다는 결론. 백도 당연히 '가'로 공격해 갈 장면이건만 156으로 딴청을 부렸고, 흑도 덩달아 157로 장단을 맞춘다. 도대체 중앙 흑 대마는 어찌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