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 영화감독의 '야구사랑'

일주일 내내 영화 빼곤 야구 생각

주말 경기기록 월요일 확인 '습관'

　영화계에서 '야구사랑' 하면 김현석 감독(38)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소속집단이 영화라면 준거집단은 야구였다"고 밝힐 정도다.

지금껏 김현석 감독은 야구영화를 만드는데서 행복을 찾았다. 그리고 진정으로 행복했다고 한다.

야구사랑에 대한 그의 흔적은 작품들을 통해 쉽게 찾을 수 있다.

시나리오를 쓴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감독데뷔작인 'YMCA야구단', 선동열 스카우팅을 둘러싼 '스카우트'까지 모두 야구와 관련된 영화다. '슈퍼스타 감사용'에서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김성한 선수로 카메오 출연했다.

일상생활에서도 그의 야구사랑은 크게 다를 바 없다.

6년째 사회인 야구에서 자칭 '부동의 중견수'로 활약중이다. 본인 말로는 '골든 글러브급'이라고 한다. 지난해 WBC중계석에서는 김현석 감독이 앉아있었다. "친한 친구가 KBS스포츠 PD라 출연했다"는 게 그의 설명.

이 정도 되면 '중증'이다. 참고로 그의 이메일 주소는 'ymcabaseball@~'이다. 영화 'YMCA야구단' 제작때 만들었단다.

그는 "어릴 적 야구부 형들의 훈련모습을 담 너머로 보기 위해 30분 넘게 걸었다"며 "야구의 무엇이 나를 그토록 잡아당겼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지만, 막연히 야구가 내 인생의 일부가 될 것 같은 '계시'를 받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올해 사회인 야구 6년차다. 그의 일주일은 영화 이외엔 야구 생각으로 가득차 있다.

이를테면 월요일엔 주말 경기의 기록을 확인한다. 그의 습관이다. 다음으론 33인치 30온스 대신 33인치 28온스 야구 배트로 바꿔볼까 고민한다. 장타는 파워보다는 배트스피드에서 나오기 때문이란다.

경기전날엔 절대 술을 마시지 않는 것도 그의 철칙(제대로 지켜진 적은 별로 없지만)이다. 일요일에는 유니폼을 빨고, 스파이크와 글러브를 손질하며 하루를 보낸다. 다음 주말 비 예보를 걱정하며.

김 감독은 지난 19일 크랭크인한 차기작 '시라노 에이전시' 준비로 눈코뜰새없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사랑을 고백하지 못해 괴로워하는 의뢰인들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한 로맨틱 코미디물인 이 작품은 올 추석 개봉할 예정이다.

　-야구에 미쳐(?)있다고 들었다.

▶야구영화를 몇편 만들어서 그렇지 사실 진짜 야구팬들에 비하면 부끄러울 정도의 관심이다. 6년째 사회인 야구를 하고 있다. 부동의 중견수로 사회인야구계의 골든글러브 급이다.(웃음)

가끔 투수로 나설 때도 있는데, 시속 80㎞ 정도밖에 안나오지만 체인지업성 직구로 타자들을 힘들게 한다.

　-얼마나 자주 구장을 찾나.

▶지난해 운좋게 표를 구해서 한국시리즈 4,5,6,7차전을 모두 현장에서 봤다. 친구(KBS PD)덕을 많이 본다. 바쁘다 보니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빅 이벤트가 있으면 시간을 쪼개서라도 야구장을 찾는다.

　-야구경기를 보면 어떤 측면(전략전술면)으로 감상하나.

▶예전에는 응원하는 팀의 승부에 집착하며 지켜봤으나, 사회인야구를 직접 한 이후로는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를 '교본' 삼아 본다. 이를테면 루상에서 주자의 움직임, 수비수들의 시프트 등이 모두 감상 포인트다.

　-프로야구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1980년 대통령배 결승 광주일고-광주상고전이었다. 그때 처음 선동열, 이순철이란 이름을 알게 됐다. 2년후 프로야구가 출범하면서 자연스럽게 야구와는 끈질긴 인연을 맺게 됐다.

'9번타자 또는 대타라도 적어도 자기 타석에서는 모든 이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아닐까.

　-응원팀은.

▶기아(해태)다. 광주가 고향이라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지만, 다른 곳에서 태어났더라도 좋아했을 것 같다. 기아 아닌 팀 중엔 두산. 뚝심 야구가 보기 좋다.

　-가장 좋아하는 야구선수는.

▶김성한이다. 호쾌함과 근성이 좋다. 또 다른 선수가 이종범이다. 타석 뿐 아니라 수비할 때, 루상에 나갔을 때, 심지어 덕아웃에 있어도 궁금한 유일한 선수다.

　-영화 속에 항상 야구주제 또는 야구 장면이 나온다. 야구와 영화의 공통점이 있다면.

▶야구와 영화는 2~3시간을 행복하게 해주는 데 1만원이면 충분하다. 영화에 야구장면을 넣었던 것은, 시나리오 처음 쓸때 잘 모르는 분야를 연구하거나 가공해서 쓰기보다는 잘 알고 관심있는 분야를 아는대로 쓰자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야구영화는 이제 그만 만들고, 야구는 야구로만 사랑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