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흑 全滅

〈제13보〉(163~186)=올해 LG배는 연구생들에게 처음 문호를 개방했고 아마추어 몫으로 제공되는 통합예선 출전티켓도 예년의 2배인 8장으로 늘렸다. 본선상륙의 꿈을 이뤄낸 아마 기사는 없었지만 민상연과 강승민(이상 연구생) 김남훈(아마랭킹 26위) 등 3명이 통합예선 준결승까지 오르며 웬만한 프로 못지않은 실력을 보여주었다. 기대가 가장 컸던 나현은 유재호 三단에게 첫 판서 패배, 아쉽게 탈락했다.

163은 너무도 당연해 보이지만 최후의 패착. 참고도 1에 붙여 타개에 나섰으면 A의 한 집, B의 저항 수단 등이 있어 쉽게 잡힐 말이 아니었다. 우상변 흑 6점은 승부의 초점에서 한참 벗어나 있었다는 뜻. 마침내 164로 칼을 겨눠 '집행'이 시작됐다.

174까지 조여가자 흑의 눈(眼)으로 보였던 곳들이 모조리 옥집으로 변한다. 사방 어디로 진군해도 두터운 백의 토치카가 기다리고 있다. 상대방의 세력은 내가 살아 있을 때는 허섭한 공배에 가깝지만, 두 눈을 확보하지 못했을 땐 공포의 철벽이 된다. 186에 끊겨 도저히 살 길이 보이지 않자 김현찬이 풀 죽은 목소리로 항복을 선언한다. 장렬하다면 장렬하고 싱겁다면 싱거운 피날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