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MONEY] 펀드수익률 과장광고 막는 '깁스' 도입 확산

새로운 펀드 수익률 평가방식인 '깁스(GIPS)'를 도입하는 자산운용사가 늘고 있다.

'깁스(GIPS·Global Investment Performance Standards)'란 미국 CFA(공인재무분석사)협회에서 제정해 전 세계 운용사들에 보급한 국제운용성과기준인데, 운용전략이 유사한 비슷한 유형의 펀드를 한데 묶어 5년 이상 장기의 평균 수익률을 평가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는 자산운용사들의 '체리피킹(cherry picking)', 즉 수익률이 가장 뛰어난 펀드 한 개만 골라서 발표하는 행태를 막는 효과가 있다. 예컨대 A자산운용사에서 작년 한 해 가장 수익률이 높은 일반주식형펀드는 78%의 수익률을 올렸지만, 꼴찌 펀드의 수익률은 45%로 국내 일반주식형펀드의 평균(52%)에도 못 미쳤다. 하지만 이 운용사는 톱 펀드의 수익률만 내세워 마치 모든 펀드의 수익률이 좋은 것처럼 포장해서 광고했다.

'깁스'가 도입되면 이런 식의 과장광고가 줄어들 수 있다. 현재 69개 자산운용사 중 33곳이 깁스를 도입했다. 특히 작년 말부터 국민연금이 운용사에 자산을 맡길 때 '깁스'를 적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자산운용사들이 앞다투어 깁스를 도입하고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순수 주식형펀드의 6년(2004~2009년) 깁스 수익률은 256.51%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107.57%) 대비 148%포인트의 초과수익을 거둔 것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6년 대표 주식형펀드들의 깁스 수익률은 234.12%, KTB자산운용은 200.69%, 한투운용은 184.51%, KB자산운용은 162.51% 등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 황성택 사장은 “운용 성과가 나쁜 펀드까지 모두 합하고 최소 5년 이상 장기 수익률을 발표하도록 하기 때문에 운용사들의 진짜 실력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깁스 수익률을 통해 내가 보유한 펀드와 비슷한 유형의 나머지 펀드들 간 수익률 차이가 지나치게 벌어져 있지 않은지도 따져볼 수 있다.

하지만 깁스 평가방식의 단점도 있다. 운용사마다 자의적인 판단 아래 펀드를 유형별로 쪼개고 있어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깁스 수익률을 일률적으로 비교하기가 어렵다. 예컨대 미래에셋은 국내외 펀드를 119개 유형으로 쪼개 깁스 수익률을 발표하고, KB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은 각각 90개, 93개 유형으로 쪼갰다. 깁스 수익률 공시도 운용사 자율에 맡겨놓고 있어 투자자들이 운용사에 별도로 요청해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일반 투자자들로서는 펀드평가회사에서 같은 유형별로 운용사별 펀드 수익률을 평균 내서 발표하는 ‘운용사별 펀드 수익률’을 통해 깁스 성과를 대신 들여다볼 수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2004~2009년 국내 일반주식형 공모(公募)펀드들의 평균 수익률이 가장 높은 운용사는 미래에셋자산운용(197.51%)이었다. 이어 KTB자산운용(183.41%), 신영투신운용(152.26%) 등으로운용사 평균 수익률(131.01%)을 크게 웃돌았다. 반면 삼성(92.97%)·교보(87.95%)·우리(85.61%)자산운용은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마이다스에셋의 강봉모 이사는 “펀드를 고를 때 개별 펀드의 성과뿐 아니라 운용사 전체의 성과도 반드시 비교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 깁스(GIPS)

개별 펀드수익률이 아닌, 펀드를 유형별로 묶고 외부 검증기관의 검증을 거쳐 최소 5년 이상 수익률을 자율적으로 공시하도록 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