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삶을 살고 있는 한 감독의 일생이 다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유령작가'의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화제의 주인공. '유령작가'는 물론이거니와, 앞서 그가 메가폰을 잡은 영화 '악마의 씨'와 '피아니스트' 속에도 폴란스키의 실제 모습이 투영됐다.
'악마의 씨'는 스타가 되기 위한 남자가 악마와 계약을 하고, 그의 부인의 몸에 악마의 자식이 자라나게 한다는 내용을 담은 영화.
폴란스키 감독이 이 영화를 찍은 다음해인 1969년, 악명 높은 살인광 찰스 맨슨과 그를 추종하는 집단들에 의해 그의 부인이 미국 LA 저택에서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살해 당시 그녀는 임신 8개월이었으며, 범인들은 영화 '악마의 씨'를 모방한 듯한 잔인한 수법을 택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살아남은 유태인 피아니스트의 생존을 담은 영화 '피아니스트'에도 유태인 대학살이 벌어지던 2차대전 당시 폴란드에서 유년기를 보낸 폴란스키의 경험이 녹아 있다.
나치 수용소에 끌려간 그의 부모 가운데 어머니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죽고 살아남은 아버지는 전쟁이 끝난 후에야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한 '유령작가'도 로만 폴란스키의 실생활을 예시라도 한 듯한 설정으로 눈길을 끈다.
정계에서 물러난 유명 정치인 '아담 랭'(피어스 브로스넌)이 자서전 집필을 이유로 세상과 단절하고 섬에서 일반인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생활을 한다.
영화 속 '아담 랭'은 세상을 피해 섬으로 들어가지만 결국에는 세상이 그를 격리시키듯 영화 속에 그려진다.
이는 폴란스키의 현재 모습과 흡사하다.
그는 지난해 말 제5회 취리히 영화제에서 생애 업적을 기리는 평생 공로상 수상 차 스위스에 입국하다 1977년 미성년자를 성폭행했다는 혐의로 체포돼 현재 스위스 별장에 연금돼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