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정부가 12일(현지시각) 개막하는 칸 국제영화제를 보이콧하겠다고 밝혔다. 비경쟁부문에 출품된 영화 ‘드라퀼라(Draquila)’가 이탈리아를 모욕하고 진실을 왜곡했다는 이유에서다.
AFP통신은 8일 산드로 본디(Bondi) 이탈리아 문화부 장관이 “‘드라퀼라’는 선동영화”라며 “이탈리아 정부는 항의 표시로 칸영화제 주최 측의 초청장을 거절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드라퀼라는 ‘드라큘라(Dracula)’와 ‘아퀼라(Aqulia)’의 합성어다. 지난해 4월 초 리히터 규모 5.8의 큰 지진이 난 아퀼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진 복구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감독 사비나 구잔티(Guzzanti)는 지지부진한 복구 과정과 이 과정에서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행태에 카메라를 들이댔다.
아퀼라 지진으로 약 12만명의 주민들이 집을 잃었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5만여명의 주민들이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새로 지어진 집은 기존에 복구계획 때 정해진 가격보다 세 배나 올랐고, 공공건물, 도로 등의 인프라는 전혀 갖춰지지 않았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일부 정치인들이 지진 피해 지역에 투기를 했다는 추문도 터져나오고 있다. 구잔티 감독은 “전체주의를 향해 표류하고 있는 이탈리아를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이탈리아 정부의 보이콧 선언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된 이탈리아 영화 ‘우리의 인생(La Nostra Vita)’ 감독인 다니엘레 루체티(Luchetti)는 “예술의 자유를 모욕하고 있는 총리에 대해 뭐라 할 말이 없다”고 이탈리아 언론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