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살인적 競爭

〈제1보〉(1~16)=국제 바둑대회의 여러 단계 행사 중 가장 장엄하면서도 비장한 과정을 꼽는다면 단연 통합예선일 것이다. 수백명의 각국 기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단 16장뿐인 본선행 티켓을 다투는 광경은 장관이다. 올해엔 343명(한국 아마 8명 포함)의 사상 최다 인원이 참가, 20 대 1이 넘는 '살인적 경쟁'을 펼쳤다. 항공료와 숙식을 자비로 해결해야 하는 외국 기사들은 본선(300만원 확보)에 올라야 간신히 적자(?)를 면한다. 결승전 사투 16국 중 2판을 소개한다.

한 판 바둑을 집 짓는 작업에 비유한다면 '포석시대'는 주춧돌을 쌓아가는 초기 과정이다. 동시에 대국자 둘 간의 상상력 경연장이기도 하다. 어떻게 두어도 한 판이지만 자기 '입맛'대로 판을 짜야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9만 하더라도 참고도의 진행이 요즘 유행이라지만 나무랄 이유는 전혀 없다.

수많은 초반 설계가 머릿속에서 쌓였다간 허물어지고, 다시 쌓는 과정 속에 정제(精製)된 착점들이 낙하지점을 찾아간다. 4개 귀(隅) 모든 곳이 한 번에 완성되지 않고 손을 뺐다가 되돌아오는 과정이 거듭되는 가운데 16에 이르렀다. 첫 접전을 앞둔 흑의 대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