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같은 물건에 하나는 싸게 하나는 빗싸게(비싸게) 정가를 붙였드니 빗싼(비싼) 정가를 붙인 것을 사가는 사람이 많아서 돈을 모았다는 실례가 참으로 많더라.”
대한통운의 전신인 조선운송주식회사가 1949년 3월호 사보 ‘조운(朝運)’에 ‘돈 모으는 이야기’라며 실은 재테크론(論)을 한국경제신문이 10일 전했다. 조운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사보로 확인됐으며 1937년부터 1800부 규모로 매달 발간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일제 강점에서 갓 벗어나 자본주의 물결이 한창이던 시대 정신 덕분인지 샐러리맨들의 관심사가 재테크 쪽에도 쏠리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조운에는 이런 이야기도 실려 있다고 한다. “보석상에 그럴 듯한 차림의 남자가 나타났다. 자기 마누라에게 선물할 진주를 사겠노라며 값은 얼마가 되는지 괜찬타고(괜찮다고) 하는 것이다. 새로 석유원을 발견하여 돈벼락을 맞었다고 하며 제일 큰 것을 골라서 1000불을 현금으로 사버렸다. 그 남자는 다시 와서 자기 마누라가 그와 꼭같은 것을 하나 더 사고 싶다고 해 놓고는 5000불도 주겠다고 부탁하고 가버렸다. 보석상은 날마다 전화로 꼭같은 것을 구하느라 난리 법석이다. 그러던 차에 보석상에 어떤 여자가 와서 진주를 사지 않겠는가 하는데 보니까 구하고 있는 것과 같았다. 보석상은 그 자리에서 진주를 3000불에 사버렸다. 억게춤(어깨춤)을 추며 그 진주를 구하는 사람이 있는 여관으로 뛰어가 봤는데 그 남자는 온데간데 없었다. 자기 정부를 시켜 뺑손이(뺑소니)를 친 것이다.”
요즘 시각에서 보면 일종의 사기인데, 당시 사람들이 자본주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조운’은 한국 사보사의 산증인이나 다름없다. 여의도 한국잡지박물관에 1949년본들이 보관돼 있었는데 최근 대한통운이 사사(社史)를 정리하면서 개인 소장가가 갖고 있는 1939년 4월호의 실물을 확인했다. 김흥기 한국사보협회 회장은 “이번 발견으로 1950년대 후반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던 기업사보의 역사가 20년 정도 앞당겨지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