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하리만치 생생하게… 전쟁의 비극을 새기다

독일 작가 오토 딕스(Otto Dix· 1891~1969)의 판화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가 서울대미술관(MoA)에서 열리고 있다.

오토 딕스는 낭만주의와 달리 현실을 냉혹하리만치 객관적으로 관찰해 그대로 표현하는 독일 '신(新)즉물주의'를 대표하는 작가다. 그는 1925년 만하임에서 베크만, 그로스 등과 함께 신즉물주의 전시에 참여했다.

어려서부터 그림에 재능을 보인 오토 딕스는 독일 드레스덴 예술학교에서 미술을 공부했다. 딕스는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전쟁에 대한 광적인 분위기에 동조해 군에 입대했다. 당시 그린 딕스의 자화상에는 독일군에 대한 자부심, 적에 대한 적개심이 드러난다.

그러나 딕스는 전쟁터에서 인간살상이라는 지옥을 체험했고, 이 기간에 전선(戰線)에서 수채화와 스케치 등 수백점을 그렸다. 전쟁을 겪은 딕스는 자신이 겪은 참상과 전쟁으로 야기된 도시의 비극을 잔인하리만치 생생하게 묘사했다. 전쟁이 낳은 과부와 고아, 상이군인과 '거리의 여인'을 적나라하게 표현함으로써 전쟁의 의미와 인간의 본질을 집요하게 들여다보았다.

딕스가 1920년부터 1924년까지 제작한 작품들은 사회비판적인 주제를 담고 있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유럽 문화의 중심지로 떠올랐던 베를린이었지만, 화려한 대도시의 모습 뒤에 얼룩진 전쟁의 후유증과 갈등·모순·부패 등을 그려냈다. 이번 전시는 1920년대에 제작된 딕스의 판화 연작 〈전쟁〉을 비롯해 판화 80여점이 나왔다. 6·25전쟁 60주년을 맞은 우리에게 딕스의 작품들이 전쟁의 의미를 묻고 있는 듯하다. 전시는 30일까지 이어진다. (02)880-9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