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아시안게임 종목엔 왜 바둑이 안보이나

조치훈(趙治勳)은 바둑은 도(道)라고 생각한 사람이다. 단 한 수를 위해 몇 시간을 바둑판 앞에서 부동자세로 버티며 수만 가지 진행을 짓다 부수고, 한 수 한 수를 어렵게 판에 옮기는 '목숨을 건 바둑.'

현대바둑의 창시자 오청원(吳淸源)은 바둑 스포츠화의 단초를 연 인물이다. 이틀거리 바둑은, 술친구가 되었든 가족이 되었든, 동료기사가 되었든 밤사이 타인으로부터 정서적 신체적 조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에 모든 승부는 당일에 판가름나야 바람직하다고 했다.

두 사람의 견해는 얼핏 상반되어 보이지만 바둑의 장점을 극대화해서 보여주려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분명한 사실은, 바둑이 미래사회의 중요한 사회제도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도와 스포츠의 장점을 모두 끌어안고 진화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인천 아시안게임에 바둑이 빠져 있다. 지난 6일 인천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는 2014년 대회 때 올림픽 종목 28개와 비올림픽 종목 7개 등 모두 35개 종목의 경기를 치를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인천시가 아시안게임을 유치할 때 제안했던 비올림픽 종목 가운데 당구와 보디빌딩을 제외 권고하고, 크리켓·야구·카바디·세팍타크로·소프트볼·스쿼시·우슈·볼링 등 8개 종목 가운데 하나를 뺀 7개를 최종 선택하도록 했다. 바둑은 선정과정에서 빠진 것이 아니라, 애당초부터 후보 목록에도 올라 있지 않았던 것이다.

금년 가을 중국 광저우에서 열리는 2010년 아시안게임에선 바둑이 정식종목이다. 남녀 단체전, 혼성페어 등 3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아시안 게임 같은 거대한 축제에 일각(一角)을 맡는다는 건 바둑을 위해서도 아시안게임을 위해서도 좋은 상생의 윈윈게임이다. 바둑은 세계화 대중화로 나아가는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고, 아시안게임은 지적인 팬들을 열광시키고 대회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종목을 얻을 수 있다. 두 대회 연속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 그 다음 대회 때 발언권이 생긴다.

이대로라면 바둑은 금년 단 한 번을 끝으로 판을 접을 가능성이 크다. 바둑 애호가의 입장에서 보자면, 인천대회 조직위는 굴러 들어온 복을 발로 차버렸다. 당사자 격인 바둑계에게도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다. 이럴 거라면 왜 스포츠로 전환했는지, 스포츠로 전환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말해왔는지 이해가 안 된다. 바둑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한국 두뇌의 우수성을 세계에 자랑할 절호의 기회가 지금 우리 눈앞에서 사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