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박수근 線의 미학, 시대를 긋다"

올해는 박수근 화백 작고 45주년이다.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리고자 했던 박 화백. 그의 삶과 예술적 가치를 기리는 전시회 '박수근, 선(線)의 미학 시대를 긋다'가 양구군립 박수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박 화백이 소박하게 담아낸 '충만한 가난' '선함과 진실함'을 만끽할 수 있는 전시회는 8월 31일까지 이어진다.

◆간결한 드로잉이 표현한 격변기

단순명료한 연필 드로잉은 박수근의 회화적 특징과 상통한다. 군더더기를 삭제하고 핵심적 부분만 부각시키는 묘법, 거기에 연필 드로잉의 맛과 멋이 있다. 전시회 제목대로 시대를 긋고 있다. 제목에 부합하는 작품들이 관객을 맞고 있다.

1950~60년대 일반 서민들의 일상풍경들이 담겨있는 드로잉. 거기에는 완성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그리기와 지우기가 반복된 흔적이 남아있다. 박수근 화백이 작업에 임하는 겸손하고 성실한 자세를 엿볼 수 있다.

박 화백은 생전 "나는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는, 예술에 대한 대단히 평범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내가 그리는 인간상은 단순하고 다채롭지 않다. 나는 그들의 가정에 있는 평범한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물론 어린 아이들의 이미지를 가장 즐겨 그린다"고 고백했었다.

그의 고백대로 전시회에는 선의 미학을 통해 1950~60년대 일반 서민들의 일상풍경이 담겨 있다. 일상풍경에는 또 격변기 근대사가 반영돼 있다. 주로 전쟁을 겪은 궁핍한 사회상이 투영된 아낙네와 고목 등의 소재가 간결하게 표현돼 있다.

◆작품 경지에 오른 線

전시에서는 이대원(서양화가) 윤범모(근대미술사학자) 등의 박 화백 드로잉에 대한 서평 기록물들도 함께 전시된다.

이대원 화백은 "하나의 선을 남기기까지의 노력에 그저 숙연해질 따름"이라며 "(드로잉은) 나름대로 하나의 작품으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녔고… 그는 이미 그러한 경지에 이르렀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적었다.

미술평론가이자 근대미술사학자인 윤범모씨는 이렇게 평했다. "박수근의 드로잉은 간결하면서도 견고하다. 그러면서도 선(線)이 갖고 있는 맛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그는 또 박수근의 드로잉의 높은 작품성을 평가했다. "박수근의 드로잉 작품은 독자성을 갖는 별개의 작품이라고 믿고 싶다. 간결하면서도 견고한 구도…." 그는 결론을 "선으로 시대를 그을 수 있는 화가가 몇 명이나 될까"로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