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기 저축보험 괜찮네"

서울 강남구에 사는 한모씨(40)는 이른바 '고액 자산가'다. 최근 A보험사의 10년 만기 저축성보험에 가입, 한 달에 1000만원씩 꼬박꼬박 넣고 있다. 10년 만기일 경우 세금이 면제되기 때문에 시중은행의 적금을 드는 것보다 유리하다는 생각에서다. 10년 후 있을 남편의 명예퇴직을 생각하면 은퇴 수단으로도 좋다고 생각했다.

최근 단기 투자를 선호하는 강남의 고액 자산가들이 사모펀드를 구성해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나 글로벌 기업공개(IPO)에 투자하는 반면 여유자금을 통해 장기적으로 목돈을 굴리고자 하는 고액 자산가들은 '10년 만기 저축성보험'에 눈을 돌리고 있다. 올해부터 비과세 혜택이 대폭 축소되지만, 이 보험은 비과세 혜택이 있기 때문이다. 고액 자산가일수록 비과세에 관심이 높다. 또 금융종합과세 해당시 38.5%의 세금을 내야 하는데 여기서도 이 보험은 제외된다. 이자가 복리(複利)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시중은행 예금처럼 '단리'인 상품은 원금에만 이자가 붙지만 복리는 원금과 이자를 더한 액수에 다시 이자가 적용되므로 만기시 받게 되는 이자는 더 불어난다.

◆저금리시대 '은행=현금보관소?'

최근 은행의 정기예금·정기적금·상호부금 등 순수 저축성예금의 실질금리(예금금리-물가상승률)는 16개월 만에 처음으로 연 1%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 1월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3.1%로 전월의 2.8%보다 0.3%포인트 올라가면서 지난해 4월(3.6%)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예금은행이 제공하는 순수 저축성예금 실질금리는 최근 연 0.81%로 2008년 9월(연 0.5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는 100만원을 저축성예금에 넣으면 연이자 8100원을 받는다는 얘기다. 이자소득세를 빼면 은행이 돈을 불려주기는커녕 돈만 보관해주는 '현금보관소'나 마찬가지가 된 셈이다. 적금도 상황은 마찬가지. 현재 은행에서 판매하는 적금의 경우 대부분의 금리는 연 3% 수준을 웃돈다. 여기에 만기 때 15.4%가량의 이자소득세까지 내야 하고 대부분이 단리(單利) 상품이다. 10일 신한은행이 은행 중 유일하게 '월복리' 예금상품을 내놨지만 최대 3000만원까지만 가능하다. 3년 만기시 받게 되는 이자는 연 4.35% 수준이며 비과세 혜택은 적용되지 않는다.

◆복리(複利)효과 톡톡 '10년납 15년 만기가 인기'

반면 국내 보험사들이 저축형보험에 적용하는 이율은 대부분 5% 안팎으로 은행의 예·적금 금리보다 높은 수준이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10일 기준 흥국화재의 행복자산 만들기보험이 5.4%, 메리츠화재보험의 리치라이프보험1004가 5.3%, 현대해상 하이라이프리치웨이플러스보험과 삼성화재 저축보험슈퍼세이브가 각각 5.2% 수준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보험은 해약환급금의 80~90%까지 중도 인출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10년 동안 계약만 유지하면 중도 인출을 해도 비과세 혜택이 있고, 목돈이 생겼을 때는 납입하는 보험료의 200% 수준까지 추가 납입할 수 있어 연복리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단순 계산을 통해 산출해 보면 41세 여성(전업주부)이 월 1000만원씩을 10년간 은행에 예금할 경우(연 3.5% 이자 가정시)10년 후 받게 되는 이자는 총 4200만원에서 이자소득세 15.4%를 제외한 3550만원 수준이 된다.

하지만 10년 만기 저축성보험에 가입할 경우(연 5.4% 이자 가정시)10년 후에는 2억5000만원 수준을 이자로 받게 된다. 금리가 떨어진다고 가정해 최저보증이율(약 2.75%)로 적용해도 8% 수준인 7800만원을 이자로 받을 수 있다. 10년만 납입하고 5년 후에 해약금을 찾는다면 복리 혜택은 더욱 커진다. 15년 후 이 주부가 받게 되는 이자는 연 5.4% 금리 기준 6억8000만원 수준이 되고, 최저보증이율을 감안해도 2억원이 넘는다.

김성곤 흥국화재보험 TM사업단 리치복합지점장은 "고액 자산가들이 비과세 혜택 때문에 10년 이상의 저축성보험에 투자하는 성향이 강하다"며 "복리 혜택을 확대시키기 위해 10년납 15년 만기를 가장 선호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