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PB가 들려주는 '그들만의 투자법'

자영업자인 50대 김모씨(3주택자)는 최근 PB를 찾아 아파트 매매에 대한 상담을 나눴다. 부동산 경기가 쉽사리 되살아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데다 경기가 풀리더라도 대형 아파트값은 과거처럼 오르기 힘들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향후 ELS 사모펀드나 투자자문사 일임형 상품과 같은 고수익 금융상품에 투자할 생각이다.

최근 금융상품 판매에 국한됐던 PB업무가 최근엔 다양한 고객들의 니즈를 맞추기 위해 부동산과 세무상담, 외환 등으로 넓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자산관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은행 뿐만 아니라 증권사와 보험사 등도 새로운 수익처인 자산관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PB업무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많은 금융 기관들이 PB업무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실제로 금융회사들이 자산가들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도 눈물겹다. 그렇다면 많은 자산가들이 먼저 찾는 PB, 소위 잘나가는 PB들은 어떤 특별함이 있을까. 은행과 증권가의 대표 PB들을 통해 각 금융기관들의 차별성과 그들만의 투자 철칙을 비롯해 최근 부자들의 투자 트렌드를 살펴본다.

안정적인 은행 PB VS 공격적인 증권사 PB

PB전문가들은 은행과 증권 PB 모두 고객 자산관리를 담당한다는 큰 틀에서는 같다고 말한다. 다만 은행과 증권사가 가진 강점들이 다른 만큼 애초부터 이들을 찾아오는 고객들의 성향은 다르다고 덧붙였다.

정병민 우리은행 테헤란로 부지점장은 “은행을 찾아오는 고객들은 주로 보수적 성향을 지닌 경우가 많아 안정적 투자를 선호한다. 특히 은행은 예금과 대출을 비롯해 카드나 금융상품, 외환 등 다양한 업무 처리가 한 곳에서 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이다.”라고 설명했다.

김주영 대우증권 잠실지점 WM팀장은 “증권사 PB들을 찾아오는 고객들은 비교적 공격적이고 적극적 성향을 지닌 것으로 파악된다. 증권사 PB를 찾을 경우 주식시장에서 파생되는 금융상품에 대한 선택의 폭이 넓으며 예금 비중보다 시황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고 말했다.

부자의 신뢰를 얻어라, ‘철저한 고객 맞춤’

이들 대표 PB들은 부자를 잡기 위한 최우선 과제로 ‘신뢰’를 꼽았다. 최근 자산가들은 금융지식에 대해 상당히 해박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금융 상품을 소개하기 보단 장기적으로 함께 간다고 생각하며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유용애 외환은행 목동지점 PB팀장은 “PB는 신뢰감을 바탕으로 한 조언자 역할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고객을 처음 만나면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과연 고객이 원하는게 무엇인지 투자성향이 어떠한지를 잘 파악을 하고 고객에 대한 이해가 끝난 다음에 상품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곽진규 현대증권 압구정지점 WM팀장은 “고객의 니즈를 맞추기 위해 타금융기관을 소개해 줄 정도로 모든 것을 고객 중심으로 생각한다. 또한 투자에 대한 수익률과는 별개로 고객들의 금융거래와 관련된 제반 사항들을 파악해 사전적 연락을 취하면서 고객과의 신뢰를 쌓는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PB들은 자산가들의 경우 이미 형성된 부를 관리한다는 측면에서 높은 리스크 보다는 합리적 리스크 관리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들의 경우 높은 수익률도 중요하지만 형성된 부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주영 팀장은 “자산가들의 경우 높은 변동성 보다는 안정적 수익률을 기대한다.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금에 손실이 나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를 꼼꼼히 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사모투자 활발…ELS사모펀드 ‘여전한 인기’

대체 투자수단으로써 사모(私募)투자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과거 서브프라임과 리먼 사태를 겪으면서도 ELS상품이 꾸준한 성과를 기록하면서 ELS 사모펀드 발행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유용애 팀장은 “지수연계형 ELS사모펀드는 여전히 많은 자산가들이 관심을 가지는 1순위 상품이다. 특히 종목연계 ELS 상품보다 변동성이 적고 안전하지만 정기예금의 2~3배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김주영 팀장은 “금융위기로 인해 주식시장이 크게 출렁거렸음에도 ELS는 손실없이 수익을 기록하면서 자산가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사모ELS의 경우 공모와 달리 기초자산이나 상품구조, 만기조건 등을 바꿀 수 있어 맞춤형 상품 설계가 가능해 자산가들이 선호한다.”고 밝혔다. .

이와 함께 PB전문가들은 과거 부동산에 편중됐었던 부자들의 포트폴리오가 금융상품으로 이동 중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아파트를 통해 부를 축적했던 자산가들의 경우 순차적 매도를 통해 비중을 줄이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우리의 경우 선진국에 비해 자산구조에서 부동산 비중이 과도하게 높았던 만큼 현재와 같은 자산 이동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는 12 밤 9시50분, 11시50분, 13일 오전 8시20분, 9시50분에 비즈니스앤TV를 통해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www.businesstv.co.kr 촬영 편집 서무원 PD >

안정적 수익 상품에 대한 욕구 높아…삼성생명 청약 20조 몰려

현재 부자들은 시장에 대한 자신감을 갖지 못하며 현금에 투자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명확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산가들이 CMA 나 MMF 와 같은 단기상품에 자금을 넣어두며 투자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PB전문가들은 부자들의 포트폴리오에서 안전자산과 위험자산 비중을 6:4 정도로 진단했다.

곽진규 팀장은 “현재 부자들은 리스크 회피 성향이 강해 단기 상품으로 많은 자금들이 들어와 있다. 하지만 안정적으로 시장 수익이 될만한 상품에 대한 욕구는 상당히 높아 최근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엔 시장의 부동자금이 무려 20조원이나 몰렸다.”고 말했다.

유용애 외환은행 팀장은 “현재 부자들은 투자 시기를 노리고 있다. 과거 대표적인 투자상품인 부동산 경기는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주식시장은 급격히 오르고 내리면서 보다 정확한 투자 시점을 기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부자들, ‘투자자문사에 빠지다’

실질 금리 마이너스 시대에 증시 변동성이 지속되며 투자처가 없다고들 하지만 최근 투자자문사로 자산가들의 일부 자금들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문사와 직접 계약을 맺는 일임형과 증권사 자문형 랩어카운트가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일반 주식형 펀드가 대체로 60~70개 종목을 담고 운용하는 반면 자문사 상품은 보통 10개 안팎의 종목을 담고 있었다.

곽 팀장은 “일임형 자문사 랩상품의 경우 고객 한 사람만을 위한 계좌를 설정해 운용해 준다는 점에서 직접투자와 간접투자의 중간단계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들 상품은 실시간 포트폴리오 점검이 가능하고 펀드처럼 까다로운 환매조건이 없어 상시 해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병민 부지점장은 “투자자문사들이 운용능력을 인정 받으며 강남 부자들의 자금이 자문사로 몰리고 있다. 이들 상품의 경우 소수의 종목으로 구성된 만큼 집중 투자가 가능하며 향후 시장의 상황에 따라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 대한민국 NO.1 비즈니스 채널 비즈니스앤TV (http://www.businesstv.co.kr/)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