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애니 입체감은 제가 책임지죠"

얼마 전 3D로 재개봉한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1995년 작)' 엔딩 크레딧에서는 한국인 스태프를 찾기가 매우 어려웠다. 하지만 요즘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에는 한국인 이름이 수십 명씩 올라간다. 전용덕(39)씨도 그 중 한 명이다. 드림웍스의 촬영감독인 그는 '쿵푸 팬더(2008)'에 이어 올 7월 개봉할 3D 애니메이션 '슈렉 포에버'의 촬영감독을 맡았다. 공식 직함은 '레이아웃팀장(Head of Layout)'. 드림웍스에 5명뿐인 레이아웃팀장 중 그가 유일한 동양인이다. '서울디지털포럼' 참석차 귀국한 그를 서울 한 호텔에서 만났다.

―레이아웃팀장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촬영감독이라고 보면 됩니다. 예전엔 애니메이션을 종이 위에 그림을 그려 수직으로 놓인 카메라로 찍었지만, 지금은 컴퓨터 내의 가상 카메라로 촬영합니다. 저는 그 촬영을 위해 화면 내의 인물과 세트, 소품까지 모두 연출하는 일을 합니다."

그의 팀에는 '레이아웃 아티스트'로 불리는 인력 25~30명이 있다. 이들 중 10명은 가상 카메라를 움직이는 '촬영기사'이며, 전씨는 카메라의 앵글과 움직임을 포함해 모든 촬영요소를 연출하는 책임자다.

―3D 연출은 처음입니까.

"'쿵푸 팬더'때 2분30초짜리 3D 클립을 만든 적은 있지만 장편은 처음입니다. 2D와 달리 입체공간을 활용하는 연출을 해야 하죠."

―제프리 카젠버그 드림웍스 CEO는 "앞으로 모든 작품을 3D로 만들겠다"고 하면서 영화 '타이탄'의 3D는 혹평했습니다. 3D에 대한 의심은 없습니까.

"처음엔 저도 의구심이 조금 있었습니다. 2D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은 어떻게 하나 하는 것이죠. 그렇지만 3D 작업을 하면서 확신을 갖게 되고 3D의 팬이 됐습니다. 결국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현실에서 느끼는 것과 가장 비슷한 것입니다. 그래서 TV도 평면 TV로, 와이드로, HD로 변해왔죠. 3D가 최종 결론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좋은 스토리를 개발해 3D로 만들자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서울시립대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는 전씨는 광고회사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1997년 미국 뉴욕의 SVA(School of Visual Art)에서 컴퓨터 애니메이션으로 석사를 받았다. 이후 시카고의 작은 영화사를 거쳐 2003년 드림웍스에 입사했다. 그가 첫 촬영감독을 맡은 '쿵푸 팬더'는 동양의 선(線)과 색(色)이 잘 살아있는 수작으로 평가받았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에서 한국인이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봅니까.

"오랫동안 공부해 온 한국사람들이 이제 팀장급이 되는 일이 많아서 갑자기 늘어난 것처럼 보일 수 있죠. 또 한국사람은 근면하고 책임감이 강해서, 회사에서 좋아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드림웍스 전 직원 1700명 가운데 한국인이 30명쯤 됩니다."

대학시절 그의 목표는 일러스트레이터였다고 했다. 그 꿈이 광고디자이너로, 할리우드 스튜디오 입성으로 성장해왔다. 앞으로 목표는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어 좋아하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