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MONEY] 삼성생명 첫날 '절반의 성공'

 

국내 최대 생명보험사인 삼성생명의 증시 상장(上場) 첫날에 대해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종가(終價)가 공모가보다 높지만 시초가보다 낮은 수준에서 마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상장 첫날 거래량이 폭발하며, 시가총액 순위에서 신한·KB·우리금융지주 등 다른 금융주를 제치고 단숨에 증시 '빅4'로 부상했다.

삼성생명은 유가증권시장 상장 첫날인 12일 폭발적 거래 속에 11만4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날 종가는 공모가(11만원)에 비해선 3.6% 높았지만, 시초가(11만9500원)에 비교해선 4.6% 낮았다. 첫날에만 910만주 이상 거래되면서 거래대금은 1조원을 훌쩍 넘었다. 시가총액은 23조2000억원을 기록했고, 삼성전자·포스코·현대자동차에 이어 시가총액 순위 4위로 올라섰다.

삼성생명 주가는 개장 직후 12만1000원까지 올랐지만, 외국인 매물이 쏟아지면서 한때 11만2500원까지 내렸다. 1800만여주의 공모주를 확보한 외국인은 이날 차익 실현 등을 위해 180만주 이상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했다. 외국인은 이에 앞서 지난 3월 17일 대한생명 상장 첫날에도 600만주 가까이 순매도하며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았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 공모가가 원래 싸지 않았다는 인식이 일부 있었던 데다, 기관이나 외국인은 이전에도 상장 첫날 단기차익 실현을 위해 매물을 쏟아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삼성생명 공모(公募) 절차가 남유럽발(發) 재정위기 사태가 본격화하기 전에 진행됐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유럽계를 중심으로 외국인이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공모를 통해 받은 삼성생명 주식을 한꺼번에 처분했다는 것이다.

삼성생명이 이날 ‘절반의 성공’을 거두면서, 상장 수혜주로 평가되던 기업들의 주가도 등락이 엇갈렸다. 가장 많은 13.57%의 지분을 보유한 신세계는 이번 상장으로 5000억원이 넘는 현금이 유입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2.59% 상승했다.

반면 CJ(지분율 3.2%)와 CJ제일제당(4.8%)은 각각 3% 넘게 급락했다. 삼성생명 상장으로 주가가 재평가될 것이라던 보험주도 대부분 약세를 보였다. 삼성화재는 3.34% 떨어졌다. 증권가에선 삼성생명이 장기 투자자가 많은 데다 수익 기반이 좋아 앞으로 주가 상승 여지가 충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