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鷄肋

〈제5보〉(74~90)="구리나 쿵제보다 셰허가 훨씬 더 센 것 같다." 천하의 이세돌이 2006년에 했던 말이다. "약점이 거의 안 보인다. 어떻게 대적할지 막막하다"고도 했다. 통산 1승 3패의 전적도 전적이지만 그 무렵 이세돌은 셰허와 붙었다 하면 난타전 끝에 만신창이가 되곤 했다. 요즘 중국 15위로 처져 있는 셰허가 지금 다시 만나도 이세돌의 천적구실을 할 수 있을까.

상대가 ▲로 넓혀오자 이희성은 침착하게 74로 말뚝을 박는다. 이런 참을성이야말로 종반에 괴력을 발휘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그런 이치에서 본다면 75로는 참고도처럼 중앙에 노골적으로 힘을 실어가는 것도 일책이었다. 75, 77은 활용 같지만 뒷맛이 사라져 보류하는 게 옳았다.

81부터 86까지는 상변과 좌변의 흑을 보강하고 백을 중복시키려는 흑의 전략. 하지만 그 와중에 백도 중앙을 향해 양팔을 활짝 펼친 형상이 됐다. 87은 흑 진영을 확대하고 위쪽 백세를 삭감하는 중심점인데, 그러나 즉각 88이 놓이고 보니 만만한 포획 대상이 아니다. 특히 △ 두 점은 흑의 입장에선 계륵(鷄肋) 같은 존재. 잡자니 작고 버리자니 요석(要石)이다. 중원에 돌연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