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MONEY] '청약 예·부금의 눈물'

"같은 무주택 서민이라도 통장 종류가 다르다고 구경만 해야 한다니 기가 찹니다. 보금자리주택에서 아무리 미달 사태가 발생해도 6개월 된 종합통장 가입자는 청약할 수 있고, 12년 된 부금 통장은 얼씬도 하지 말라니…."

주부 김모(43)씨는 요즘 한창 사전예약을 받고 있는 보금자리주택 이야기만 나오면 짜증이 난다. 김씨 부부는 1999년 가입한 청약부금 통장을 갖고 있다. 예치금 600만원을 꼬박 채워놓고 내 집 마련 기회를 기다리고 있지만, 김씨 부부에게 보금자리주택은 '그림의 떡'이다. 아예 청약자격조차 없기 때문이다. 보금자리 주택은 그린벨트를 해제해 저렴하게 공급하는 주택이다.

보금자리주택 2차 지구의 신혼부부 특별공급 사전예약에서 대규모로 미달 사태가 벌어졌지만, 청약예금·부금가입자에게는 기회가 돌아가지 않는다. 2700여 가구가 배정된 신혼부부 특별공급 1순위 청약(12일)에서 3분의 1이 넘는 1000여 가구가 미달돼 13일부터 2순위자를 대상으로 사전예약을 받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5월 도입돼 시행 1년이 된 주택청약종합통장(종합통장) 가입자도 처음으로 사전예약을 할 수 있다. 종합통장은 주택 크기와 민간·공공 주택에 관계없이 청약할 수 있는 일종의 '만능통장'. 종합통장 가입 기간이 6개월 이상이고, 결혼한 지 5년 이내, 이 기간에 자녀 출산 등의 조건만 충족하면 청약 자격이 생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자격이 되는 사람 중 추첨으로 당첨자를 정하기 때문에 종합통장 가입자 중에서 처음으로 당첨자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에서 대규모 미달 사태가 발생해도 청약예·부금 통장 가입자는 구경만 해야 하는 상황이 매년 벌어질 전망이다. 국토부는 보금자리주택은 국민주택기금으로 짓는 주택이어서 예치금을 기금으로 편입하는 청약저축·종합통장 가입자에게만 청약자격을 준다. 반면 민영주택 청약만 가능한 예·부금 가입자의 예치금은 국민은행을 비롯한 시중 은행 자산으로 편입된다. 이 때문에 예·부금 가입자는 무주택 기간, 통장 가입 기간이 10년, 20년이 넘어도 원천적으로 보금자리주택에는 청약할 수 없다. 반면, 종합통장 가입자는 가입 6개월만 지나도 보금자리주택은 물론 민간주택도 자유롭게 청약할 수 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은 “무주택 서민에게 내 집 마련 기회를 준다는 것이 보금자리주택 도입의 목적인데 통장 종류가 다르다는 이유로 예·부금 가입자의 청약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가혹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