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자전' 김주혁, "한복 섹시미 예전엔 몰랐어요"

차분하면서도 쿨한 매력을 지닌 세련된 도시남자. 지적이면서도 열정이 넘치는 남자. 영화배우 김주혁이 영화 '사랑 따윈 필요 없어' '아내가 결혼했다', 드라마 '떼루아' 등에서 보여준 이미지다. 그랬던 김주혁이 데뷔 이후 처음으로 사극 영화에 도전을 했다. 그것도 큰 갓과 하얀 도포를 걸친 고고한 선비가 아니라 반쯤 풀어진 저고리 사이로 가슴이 드러나고, 굵은 머리를 질끈 묶은 하인이다. 게다가 방자다.

　

조여정과 파격 베드신 - 노출 눈길 드라마 때문에 추노꾼 설정 삭제

　고전 '춘향전'을 재해석한 영화 '방자전'(감독 김대우)에서 방자 역을 맡은 김주혁은 기존의 방자 이미지를 모두 바꿨다. 방자로서 감히 넘볼 수 없었던 춘향이(조여정)를 넘보고, 결국 자신의 여자로 만든다. 방자의 짝이라 여겼던 향단이(류현경)에겐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또 춘향이를 사이에 두고 주인인 이몽룡(류승범)과 남자 대 남자의 자존심 건 대결도 펼친다.

'방자전'은 스토리를 파격적으로 바꾼 만큼 배우들의 노출과 베드신도 과감하다. 뜨거운 성애 장면과 독특한 사극 해석으로 화제가 됐던 영화 '음란서생'을 연출한 김대우 감독의 복귀작이다.

개봉 전부터 베드신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김주혁은 "많은 사람들이 베드신과 에로티시즘에 집중을 하는데, '방자전'은 사랑하는 남녀의 이야기이고 사랑의 과정 중에 베드신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여러 작품에서 베드신을 소화한 바 있는 김주혁은 "이번 작품을 하면서 여자 한복이 섹시한 줄 처음 알았다. 뭐랄까, 단아한 한복이 깔끔한 유니폼처럼 섹시한 느낌을 갖게 한다"며 "겹겹이 싸여 있는 한복을 풀어가는 게 더욱 자극적"이라고 '방자전' 특유의 사극 에로티시즘에 대해 말했다.

김주혁에게 가장 큰 애로사항은 특이하게도 수염이었다. 그는 "사극이지만 고전성을 따르는 작품이 아니라서 특별히 사극 연기로서의 어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대사를 표준어가 아닌 사투리처럼 구사해 재미있었다. 또 헤어와 의상 걱정을 전혀 안해서 편했다. 현대극은 워낙 의상 종류가 많아서 힘이 많이 든다. 단 수염 때문에 고생을 정말 많이 했다. 본드를 계속 바르니까 결국 얼굴에 알레르기가 생겨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100회짜리 사극 드라마 도전에 대해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그는 "원래 방자가 추노꾼 출신이라 하인 근성이 별로 없어서 신분을 넘어 춘향과 사랑에 빠지는 설정이었다. 추노 장면 촬영도 다 마쳤는데, 드라마 '추노'(KBS2)가 대박이 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드라마를 따라하는 것 아니냐는 느낌을 줄 수 있어서 추노 설정은 결국 삭제됐다"고 아쉬움을 보였다.

가져서는 안 되는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방자의 욕망을 김주혁은 어떻게 바라볼까. 그는 "많은 사람들이 물질적 욕망, 허황된 꿈을 꾼다. 난 내가 갖고 싶은 게 소비되는 것이라면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연기적으로 일적으로는 큰 꿈을 가지려 한다"며 "신인 때가 행복했다. 그 땐 돈이 없어도 잘 놀고 행복했다. 돈이 생기면 더 가지고 싶고 물질에 대한 욕구가 생긴다. 그게 또 스트레스가 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현실에 맞게 살려고 한다. 만약 큰 돈을 벌어도 큰 집은 안 살 것"이라며 "일반인처럼 조금씩 조금씩 집을 늘려가는 재미를 느끼면서 살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주혁의 소박한 생활 자세는 고인이 된 아버지 김무생의 고지식할 정도로 올바른 습관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체득한 것이다.

김주혁과 방자의 전혀 새로운 모습이 담겨있는 영화 '방자전'은 다음달 3일 개봉한다.

<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