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시네마 리뷰] '하하하'

제목부터 유쾌…보는 내내 웃음이 그치지 않는 영화

　홍상수 감독의 10번째 장편영화인 '하하하'. 하지만 난 이 영화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감독에 대한 신뢰'를 몇 번이고 이야기하는 배우들을 볼 때마다 '과연? 이라는 물음을 자아내게 했다. 그리고 이번에, 그 신뢰가 어떤 건지 확인해보고 싶어졌다.

영화는 두 남자의 오고가는 막걸리 잔으로 시작한다. 캐나다로 이민을 결심한 조문경(김상경)은 선배 방중식(유준상)을 만나 청계산 자락에서 막걸리를 마신다. 대화 중, 두 사람 다 얼마 전 통영으로 각자 여행 다녀온 것을 알게 되고, 막걸리 잔을 나누며 그 곳에서의 좋았던 일들을 한 토막씩 이야기하기로 한다.

장면의 전환이 그야말로 담백했다. 거추장스러움 없는(심지어 단조롭기까지 한) 카메라 기법은 그들이 이야기하는 사건에, 그리고 얽히고설킨 등장인물에 관객들의 집중을 유도했다. 파편화된 기억들이 하나하나 모아지는 재미가 흥미로웠다.

문경은 통영 여행 중에 (종아리가 예쁜) 통영 관광 해설가 왕성옥(문소리)을 우연히 만나게 되고, 곧 그녀의 매력에 취해 쫓아다니기 시작한다. 성옥의 애인인 통영 출신 시인 강정호(김강우)와의 마찰이 생기지만 결국 성옥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한다.

중식은 애인 연주(예지원)와 통영으로 여행을 왔다. 그는 유부남이다. 때문에 어딜 가도 떳떳하게 드러낼 수 없는 그들의 관계는, 둘 사이에 잦은 마찰을 일으킨다. 연주는 중식에게 자신을 인정해 달라 요구하고 그는 괴로워한다. (한 인터뷰에서 예지원의 말이 생각난다. '하하하'의 연주는 그냥 연주가 아니라, 중식이라는 남자를 '연주'하는 여자라고.) 그녀의 말처럼 연주는 중식에겐 가장 사랑스러운 여자다. 그의 모든 감각기관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토막 난 이야기마다 그들의 사랑이 담겨있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을 바라보는 시선이, 기존 영화에서 보이던 그것과는 다르다. 사랑 앞에 드러나는 인간의 추잡한 모습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참으로 못나 보이지만, "이게 진짜 우리 모습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 같아 공감의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이 영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임에도 불구하고 여러모로 자극적인 장면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어째서인고 하니 홍상수 감독 스스로가 이러한 등급 심의를 넣길 원했단다. "나이 좀 든 사람이 봐야 이해할 것 같아서"라는 그의 대답에 '하!'했다.

제목부터 매우 유쾌한 '하하하', 정말 상영 내내 웃음이 그치질 않았다. 박장대소부터 실소까지…. 남자배우들, 특히 유준상의 능청스러움과 애교 덩어리 성옥을 맛깔나게 표현한 문소리의 연기가 압권이다. 그들이 말했던 신뢰때문일까, 배우들의 연기가 무척이나 편안했다.

< 양정연ㆍ청룡시네마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