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분주해진 中原

〈제7보〉(105~118)=장고파(長考派) 계열로는 이희성을 비롯해 안조영 최명훈 박정상 그리고 재일기사 조치훈과 중국 저우허양(周鶴洋) 등이 꼽힌다. 이들끼리 마주 앉으면 그야말로 '날 샐' 각오를 해야 한다. 장고파가 속기파(速棋派)에 비해 재주가 부족하다는 선입관은 잘못된 것이다. 이들이 국내외 속기 타이틀전서 속기파들에 뒤지지 않는 성적을 작성해온 것이 그 증거. 장고냐, 속기냐 하는 것은 수 읽기 속도가 아닌 신중함과 승부 기질 등 성격적 차원의 자료일 뿐이다.

105, 107은 안팎으로 매우 큰 곳. 하지만 108을 맞으니 자체로도 크거니와 '가' 언저리의 단점이 신경 쓰인다. 따라서 105로는 참고도처럼 처리하는 쪽이 더 좋았으리란 결론. 이제 흑으로선 다시 한 번 특단의 승부수가 필요해졌다. 어디에서 시빗거리를 찾을 것인가. 7분여의 장고 끝에 역시 109로 끊어갔다. 좌중앙 백의 허리를 절단해 반전의 계기를 모색하자는 뜻.

하지만 그렇더라도 110 같은 한 방을 맞고 들어간다는 건 자체로 커다란 아픔이다. 아무튼 117까지 백이 갇힌 것도 같고, 흑의 연결고리가 어설퍼 보이기도 하는 어지러운 국면이 만들어졌다. 중앙을 분쟁(紛爭)화하려는 전략은 성공한 셈. 그런데 갑자기 118은 무슨 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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