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줄다리기

〈제8보〉(118~138)="3년 안에 세계제패를 이루겠다." 중국 최고스타 중 하나였던 2006년 무렵 셰허(26)가 어느 인터뷰에서 밝혔던 다짐이다. 하지만 그는 갈수록 랭킹이 떨어져 현재는 중국 15위까지 처졌다. 오히려 천야오예(陳耀燁·21) 저우루이양(周睿羊·19) 구링이(古靈益·19) 등 새카만 후배들이 앞으로 튀어나오고 있다. '소년은 금방 나이 들고 학문은 이루기 어렵다'는 주자(朱子)의 시구가 바둑계만큼 실감 나는 동네가 또 있을까. 중앙 대마가 120으로 달아나기에 앞서 둔 118도 이희성의 용의주도함을 보여주는 수. 참고1도를 멋지게 예방하고 있다. 119와 교환된 뒤엔 참고2도 백2로 대응한다. 124까지 흑백이 함께 안전지대로 넘어가면서 백의 우세가 좀 더 확실해진 느낌. 125는 불가피하다. 어물거리다 백에게 '가'를 허용하면 좌중앙 일대 백집이 엄청나게 불어나기 때문. 126부터 129까지 키워 죽여 손해 같지만 여러 이용 수단을 엿보고 있다. 130이 또 한 번 '이희성 표 용의주도'였다. 참고3도의 큰 끝내기를 예방한 것. 138까지 중앙 경계선 획정을 놓고 흑백 간에 미묘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