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여 기립박수 "브라보" 詩, 칸을 적시다

올해 칸 영화제의 유력한 수상작 후보인 이창동 감독의 '시'가 19일(현지시각) 현지에서 처음 공개됐다. 이날 오전 기자시사에 이어 저녁에 공식 스크리닝을 가진 이 영화는 현재까지 상영된 경쟁작 중 다른 3편의 영화와 함께 유력한 황금종려상 후보로 꼽히고 있다. 칸 경쟁부문 출품작은 총 19편이다.

이날 기자시사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은 '시'는 공식 상영에서도 5분여에 걸친 기립박수를 받았으며, 일부 관객은 "브라보"를 외치기도 했다. 프랑스 통신사 AFP는 마이크 리(영국) 감독의 '어나더 이어(Another Year)'와 자비에르 보부아(프랑스) 감독의 '오브 갓즈 앤드 멘(Of Gods And Men)',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이란) 감독의 '서티파이드 카피(Certified Copy)'와 함께 '시'를 강력한 황금종려상 후보로 꼽았다.

브라질의 평론가 클레버 멘돈스 필료는 '시'에 대해 "매우 미묘하고 아름다우며 발견할 점이 많은 영화"라며 "주변 평론가들 중에는 평범한 드라마로 본 사람들도 꽤 있었는데, 아마도 영화를 깊이 들여다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에서 일간지를 발행하는 매체들의 평가는 상위권에 속했다. 7개 매체의 평점을 종합해 보도한 영국의 '스크린 인터내셔널'의 평점평균은 2.7(이하 4점 만점)로, 이 잡지가 20일 현재 평점을 부여한 경쟁작 13편 중 켄 로치 감독의 '루트 아이리시(Route Irish)'와 함께 공동 3위를 기록 중이다.

11개 매체의 평점을 종합한 프랑스 잡지 '필름 프랑세즈'의 평점평균은 2.36으로, '중상' 정도였다.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이창동 감독의 작품 중 가장 조용하고 주제에 부합하는 영화"라며 "한국에서 이미 개봉했으나 박스오피스 7위에 그쳐 아직도 한국인들에겐 쉽지 않은 영화임을 드러냈다"고 했다.

한편 '시'의 주연배우 윤정희는 고른 찬사를 받았다. '프랑스 24'의 존 프로슈 기자는 "윤정희는 '어나더 이어'의 레슬리 맨빌, '서티파이드 카피'의 줄리엣 비노쉬와 함께 가장 강력한 최우수 여자배우상 후보 중 하나"라고 썼다.

비록 현지 매체들의 '열광'은 없었지만 '시'의 수상 가능성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올해 이창동 감독의 '수상 타이밍'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이미 '밀양'으로 최우수 여자배우상을 받은 데다가 작년 심사위원까지 역임한 이창동 감독에게 심사위원단의 가산점이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전찬일 부산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심사위원들의 의견은 현지 매체들의 평점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며 "올해 '시'는 황금종려상을 받을 만한 모든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낮 열린 기자회견에는 이 감독과 배우 윤정희·이다윗, 제작사 대표 이준동씨가 참석했다. 윤정희의 남편이자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그들의 딸인 바이올리니스트 진희씨도 모습을 드러냈다. 회견에서 이 감독은 "이 영화는 문학 장르로서 시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지만 내가 하고 있는 영화, 더 나아가 예술과 삶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다"며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꽃뿐 아니라 추하고 더러워 보이는 것에 숨은 아름다움을 찾는 것이 시이며 삶의 본질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모든 질문에 프랑스어로 답한 윤정희는 "그간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 영화를 떠난 적은 없다"며 "최소한 90세까지는 활동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