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선수 출신 연기자 이태성, 금메달 대신 '대표 연하남' 됐죠

"베이징올림픽 보면서 야구를 계속했으면 어땠을까 싶었어요. 쟤네들 군대 안 가겠구나! 그 생각이….(웃음)" 프로야구 선수를 꿈꾸던 소년이 있었다. 메이저리그의 박찬호를 보며 꿈을 키운 그는 고등학교 때는 청소년 대표팀에도 선발된 유망한 투수였다. 하지만 어깨 부상으로 꿈을 접고, 마운드 대신 무대에 서기로 했다. 이제 그는 야구공이 아니라 연기로 '스트라이크'를 만들어내는 스타다. MBC 드라마 '살맛납니다'의 훈훈한 연하남 의사 역으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받은 배우 이태성. 반듯하고 이성적인 이미지로 한참을 살아온 그는 이번엔 스크린 코믹 연기를 선보일 영화 '내 남자의 순이'로 돌아온다. 전작과 180도 다른 삼류 인생 건달 역할을 맡았기 때문인지, 이태성은 강렬한 느낌을 주는 스모키 메이크업을 하고 나타났다.

"대표팀 金 대신 '대표 연하남' 됐죠"

김광현은 친한 동생…부상으로 선수 꿈 접고 '연기 스트라이크'

　▶금메달 땄으면...?

이태성은 야구선수 출신답게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 드라마 '9회말 2아웃'에 출연했다. 그가 친숙할 만한 야구 이야기를 꺼내봤다. 하지만 "어느 프로야구팀을 응원하느냐"는 말에 나온 대답은 "요즘은 야구를 아예 안봐요"다. "케이블 채널 중 스포츠 관련된 건 신청을 안한, 아니 못한 상태예요. 그래서 TV에 아예 야구가 안 나와요. 시간이 너무 없어서 한동안 '살맛납니다' 말고는 다른 어떤 것도 못 봤어요." 좀 의외지만 일주일 중 하루 빼곤 매일 새벽부터 밤까지 촬영을 하는 일상에선 당연하기도 하다.

그래도 금메달을 딴 베이징올림픽 야구 중계는 쉴 때라서 제대로 봤다. 이태성에게 야구했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계속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요. 금메달 따는 거 보고선 쟤네들 군대 안가겠구나! 그 생각이 들었어요. 하하"

금메달 멤버 중 하나인 프로야구 SK 에이스 김광현은 그의 초등학교, 고교 후배다. 대부분이 야구선수인 친구들 중에서도 김광현은 특히 친한 동생이다. "광현이는 어렸을 땐 진짜 작았는데 갑자기 컸어요. 저는 중 2 때 지금 키(1m83)가 됐고요. 광현이는 1m87이나 되는데 얼굴이 워낙 외계인같이 작아서 사진으로 보면 별로 안 커 보여요." 금메달에 대한 미련(?)이 잠시 스쳐가긴 했지만 이미 지난 일이다. 이태성은 3년 뒤 입대할 생각이다. "몸은 아주 튼튼합니다. 현역으로 가야죠."

　▶20대는 계속 '연하남'

데뷔작인 영화 '사랑니'에서 이태성은 30대 김정은을 설레게 하는 고등학생 역을 맡았다. 이후에도 그의 상대역은 늘 연상이었다. '9회말 2아웃'의 수애에 이어 '살맛납니다'에서는 실제로 5살이나 많은 김유미와 커플 연기를 했고, 새 영화 '내 남자의 순이'에선 신이와 호흡을 맞춘다.

일일드라마를 한 덕분에 연상녀뿐 아니라 어머니뻘 아주머니들로부터도 인기 폭발인 '대표 연하남'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이들어 보인다는 말도 들었지만, 화보촬영 때문에 수염을 깎자 25살답게 풋풋했다.

연하남 역할을 많이 한 게 어울려서 그런 건 아니라는 게 이태성의 생각이다. "연하남 역을 계속한 건 동년배나 연하의 여배우가 별로 없기 때문이에요. 저보다 어리고 상대역 할 만한 사람이 정말 별로 없어요. 문근영씨 정도? 근데 저랑 두 살밖에 차이 안 나는데 무지 어려 보이죠.(웃음)"

이번 영화 '내 남자의 순이'에서도 연하남이지만 스크린에서 처음으로 코믹 연기를 한다는 점이 새롭다. "50억원짜리 다이아몬드 '순이'를 둘러싼 이야기인데, 제 생각에 보물이라도 갈망할 때만 아름답고 주머니에 넣으면 불행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그런데 이건 제 심오한 생각이고, 사실은 정말 편하게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예요." 이태성뿐 아니라 박해미 신이가 코미디의 진수를 보일 '내 남자의 순이'는 27일 개봉된다.

　< 이예은 기자 yeeune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