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감독의 '시', 칸 국제영화제 각본상 수상

이창동 감독이 영화 '시'로 제63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았다.

24일(한국시각) 프랑스 칸의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폐막식에서 '시'는 빼어난 이야기에 대한 심사위원단의 호평 속에서 각본상을 받았다. 칸의 각본상은 대상인 황금종려상, 심사위원대상에 이어 수상자가 호명되는 중요 분야다.

2년 여동안의 시나리오 작업을 통해 '시'를 탄생시킨 이창동 감독은 이날 영화제 집행위 측으로부터 "시상식에 꼭 참석해달라"는 언질을 받고 파리에서 휴가를 즐기다가 급히 칸으로 돌아왔다. 차분한 표정으로 시상식 무대에 올랐으며, 16년만의 스크린 컴백작으로 칸의 영광을 누리게 된 윤정희는 감동의 박수를 보냈다.

'시'는 19일 칸 시사회 직후부터 현지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영화제 기간 발행되는 영국 영화전문 데일리인 스크린에서 7개 매체로부터 4점 만점 중 평점 2.7을 받아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해 칸 심사위원으로 활약하기도 한 이 감독은 '시'에 대해 "문학의 장르에서 나아가 예술, 영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관객들이 영화를 통해 숨어있는 아름다움을 찾고, 마음에 담아갈 수 영화로 소통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홍상수 감독이 연출한 '하하하'가 '주목할 만한 시선(Un Certain Regard)'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23일 오전 2시45분(한국시각) 프랑스 칸 드뷔시 극장에서 열린 주목할 만한 시선상 시상식에서 홍 감독은 장 루익 고다르, 지아장커 등 세계적인 거장들을 제치고 수상의 기쁨을 안았다.

'하하하'를 포함해 지금까지 칸의 초대장을 여섯번이나 받은 홍 감독도 이 부문을 통해 처음 인연을 맺었다. 1998년 '강원도의 힘'으로 칸 주목할 만한 시선에 처음 초대됐으며, 이후 '오! 수정'(2000)이 이 부문에 다시 초청됐다. 이후 각각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2004)와 '극장전'(2005)으로 2년 연속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지난해엔 '잘 알지도 못하면서'가 감독주간에 초청됐다.

시상식 직후 홍 감독은 "함께 만든 친구들에게 이 상이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이 있다"며 "앞으로도 변함없이 같은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 것"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한편 태국 감독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의 '엉클 분미'가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제63회 칸국제영화제의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윤정희가 유력 후보로 거론된 여우주연상은 '서티파이드 카피'의 줄리엣 비노쉬가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