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지균 감독, 유서 남기고 자살...10년간 우울증 앓아

먼 길 떠난 '겨울나그네'…

　영화 '젊은 날의 초상'(1991)으로 대종상영화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던 곽지균(56) 감독이 25일 오후 대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5일 대전 둔산경찰서에 따르면 곽 감독은 이날 오후 자택에서 연탄가스를 피워둔 채 숨져 있었고, 노트북에 유서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발견 당시 곽 감독이 다 탄 연탄 옆에서 숨진 채 발견돼 가스중독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노트북에 남긴 유서는 자서전 형식으로 길게 쓰여져 있었다. 제목은 '잠들기 전에 가야할 먼 길'이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최초 신고자인 아파트 경비원은 부패된 냄새가 심하다는 주민들의 민원을 받고 25일 오후 2시쯤 119에 신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집에 들어가 보니 시체가 심하게 부패된 상태였다"고 전했다.

곽 감독의 한 지인은 "곽 감독이 10년 전부터 우울증을 앓아왔다"며 "영화를 만들지 못해 괴로워했다"고 전했다. 경찰 역시 유서의 내용과 주변 진술을 토대로 이번 사건을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로 추정하고 있다.

2006년 '사랑하니까, 괜찮아' 이후 메가폰을 잡지 못했던 곽 감독은 평소 우울증을 앓았고, 오랫동안 일자리를 잡지 못해 힘들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랫동안 충무로 관계자들과도 교류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수년을 보내왔고, 외로운 상황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곽지균 감독은 1986년 영화 '겨울나그네'로 대종상영화제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1991년에는 영화 '젊은 날의 초상'으로 대종상영화제 최우수작품상을 받으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

이후 곽 감독은 배종옥 강수연 주연의 '깊은 슬픔'(1997), 김래원 배두나 주연의 '청춘'(2000) 등을 연출했으나 한동안 메가폰을 잡지 못해 힘든 시기를 보냈다. 지난 2006년에는 지현우 임정은 주연의 '사랑하니까, 괜찮아'를 연출했으나 이 또한 흥행에 실패했고, 이후 더욱 힘든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빈소는 대전 성심장례식장 2호실에 차려졌고, 친형이 상주로 조문객을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