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가 아니라 예술이네

근대 한국의 대표적 '신여성'이자 한국 자수 예술의 선구자인 박을복(95) 여사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가 내달 1일부터 열린다.

박을복자수박물관(관장 오순희)이 개최하는 '한국 근·현대 자수예술가 박을복 재조명전(展)'에서는 작가의 70년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40여점의 작품과 영상자료를 선보인다. 자수를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박을복은 1915년 경기도 개성에서 태어나 이화여전 영문과를 거쳐 일본 동경여자미술대학 자수과를 졸업했다. 한국 자수의 전통적 품위를 살리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불어넣은 작품으로 수차례 국전에 입상했다.

이번 전시는 우리나라 자수예술의 시대적 변화와 흐름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전통 자수의 기법을 따르는 데 치중했던 1930년대를 지나 사실적 형태를 해체한 추상 자수의 시기에 이르기까지 회화사의 흐름도 한 땀 한 땀에 녹아있다. 새 두 마리가 마주 보고 있는 '시상(詩像)에서'는 자수에서 흔히 쓰이지 않는 소재인 옥을 사용한 실험 정신을 보여준다. 1970년대 후반 파리에 머물던 시기에는 유럽적 감수성이 깃든 작품으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개막식은 오는 29일. 문의 www.embromuseum.com (02)990-7000, 74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