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수염의 效果

〈제13보〉(228~241)="무섭게 보이기 위해서." 롯데 자이언츠 투수 송승준이 한때 수염을 길렀던 이유다. 그러고 보니 미국서 활약 중인 박찬호도 같은 이유로 오랫동안 면도를 안 했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다. 복싱이나 격투기 쪽에도 상대 주먹에 대한 완충효과도 노릴 겸, 터프한 용모를 목적으로 수염을 기르는 선수들이 꽤 있다.

이 바둑을 둘 당시의 이희성도 수염이 덥수룩했다. 그 역시 "인상이 좀 강해 보이려고 안 잘랐다"고 했다. 종목과 분야를 불문하고 남을 꺾어야만 살아남는 승부사들의 처절한 생존법을 엿볼 수 있다. 2년 전 처음 내한한 중국 퉈자시 三단의 빽빽한 구레나룻에 우리 기사들은 그를 30대 아저씨로 추측했는데 실제론 17세였다. 하지만 이희성처럼 기본적으로 선한 얼굴을 가진 사람들은 온통 먹칠을 하고 나온들 아무도 무서워하지 않을 것만 같다.

우하귀에 자꾸 눈길이 간다. 흑이 '가'로 치중하면 못 잡나? 하지만 참고도 4 이후 A의 곳에 이을 수가 없다. 여전히 자충의 형태여서 이 백은 안전하다. 이미 승부는 확정됐지만 셰허는 공배마저 모두 메우고 기어이 계가(計家)까지 할 눈치. 그런데 241은 그냥 '꼬장'을 한 번 부려본 수일까, 아니면 정당한 끝내기의 수순이었을까. 다음 보의 마지막 과제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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