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감독 "윤정희 선생님과 20년후에도 영화 찍고 싶습니다"

"윤정희 선생님이 80세, 90세가 돼서도 함께 영화를 찍고 싶습니다."

제63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시'로 각본상을 거머쥔 이창동 감독과 주연 윤정희가 26일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유플렉스 제이드홀에서 공식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창동 감독은 윤정희와 10년, 20년 후에도 함께 할 수 있기를 꿈꾼다고 밝혔다. 윤정희도 "내가 그 나이 돼서 찍을 영화를 생각한다니 정말 고맙다"고 화답했다.

기대했던 황금종려상과 여우주연상은 타지 못했지만 두 사람은 그에 연연하지 않고 미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상이 아쉽지 않냐는 질문에 이 감독은 "기대는 했지만 다음 기회를 생각하기로 했다"고 대답했고, 윤정희도 "굉장히 마음에 드는 시나리오도 또 받고 있다. 난 90세까지 영화배우 하는 게 꿈"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윤정희는 "'시'의 미자가 너무 강해 헤어나올 수가 없다. 좋은 작품을 만나더라도 2년은 작품활동을 못할 것 같다"며 차기작은 조금 기다려 달라고 당부했다.

이 감독은 영화를 들고 경쟁해야 하는 고충과 기대가 이뤄지지 않은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칸 영화제는 우리 영화들이 세계와 만나는 중요한 관문이지만, 영화는 각각의 의미 있는 창조물인데 올림픽처럼 승패를 겨루는 것 같아 많이 부담됐다. 또 윤 선생님은 눈에 실핏줄이 터질 정도로 애쓰셨고, 정말 여우주연상을 기대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정희는 의연하게 "상 타려고 눈의 핏줄이 터지도록 애쓴 것 아니다. 나는 옛날부터 열성파여서 그냥 열심히 했고, 상을 못 탔어도 현지 반응이 워낙 뜨거워 탄 것이나 다름없다. 팀 버튼 감독이 내 연기가 훌륭하다고 칭찬도 해 줬다"며 이 감독을 격려했다.

참여정부 시절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낸 이 감독은 고 노무현 대통령의 1주기를 맞아 봉하마을에 조문을 다녀온 사실에 대해 묻자 "1주기였던 23일엔 못 가서 늦게라도 도리 다 하려고 갔다. 참배하고 여사님도 뵈었지만 그에 관련해선 다른 기회에 얘기하겠다"며 다소 불편한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또 영화에 등장하는 시가 노 대통령의 죽음을 연상시킨다는 반응에 대해선 "세상의 아름다움은 고통과 어둠까지 끌어안아야 진정한 아름다움임을 표현한 시다. 그 시에서 누군가의 죽음을 연상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특정한 죽음으로 한정할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가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았음에도 국내 영화진흥위원회 제작지원 심사에선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지 않았느냐는 질문도 "별로 언급하고 싶지 않다"며 넘어갔다.

< 이예은 기자 yeeune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