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백 2집 반 승

〈제14보〉(242~263)=특정 기사에게 패할 경우 다음엔 그를 피하고 싶을까, 아니면 다시 만나 설욕하고 싶을까. 기사의 성격이나 정황에 따라 다를 것이다. 이희성은 이 바둑 승리 후 "3년 전 LG배 첫판서 패한 뒤 설욕을 별러왔다. 대진추첨 결과 한 조가 됐기에 꼭 결승서 만나고 싶었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는 또 올해 LG배 본선에 대해 "한 판, 한 판 밟아 올라 갈 생각"이라면서도 "목표는 크게 잡아야 한다. 우승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흑이 ▲로 끊어온 수는 바둑의 승패와 관계없이 나름대로 최선을 보여준 끝내기 맥점. 이렇게 끊어놓는 자체로 1집 득이다. 260 이후에도 백은 한 수를 더 놓고 따내야 한다. 백이 참고도 3까지 두는 것도 결과는 마찬가지. 263수로 반패(半覇)까지 메우고 난 뒤 계가한 결과 흑의 반면(盤面) 4집 승, 6집 반 덤을 제하고나니 백이 2집 반을 이기고 있다.

근소해 보이지만 프로 바둑에서 이 정도면 백의 여유 있는 승리다. 완패한 바둑을 끝까지 끌고 가 '확인사살' 당한 셰허가 멋쩍은 표정으로 우중앙을 가리키는 것으로 복기(復棋)에 돌입했다. 장고(長考), 과묵함, 집요함, 계산력 등 모든 면에서 닮은꼴인 한중 두 청년 간의 기나긴 싸움이었던 터라 더욱 통쾌한 결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