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MONEY] 살얼음판 증시 "생큐, 연기금"

하루하루 주가를 들여다보기도 겁날 정도의 살얼음판 증시에서는 돈이 들어오는 수급의 주체를 따라가는 것도 괜찮은 투자 방식의 하나다. 그간 경험에 비춰보면 돈이 들어오는 종목에 투자하면 적어도 '본전치기'는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 우려와 지정학적 리스크로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간 자리를 연기금들이 메우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로 주가가 하락함에 따라 연기금이 저가 매수 차원에서 주식 쇼핑에 나선 것이다.

주가가 40포인트 넘게 하락한 지난 25일에는 연기금이 2008년 10월 이후 가장 큰 규모인 2951억원가량의 순매수(매수액에서 매도액을 뺀 것)를 했으며, 26일에도 95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연기금이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간에 이번 순매수가 국내 증시 하락을 막는 구원투수이자 버팀목 역할을 했다.

전문가들은 상승에 대한 기대감과 하락에 대한 불안감이 공존하는 시기에는 수급 여건이 좋은 연기금 매수 종목을 사들이는 것이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연기금들은 단기적인 시황이나 일회성 테마에 휩쓸리지 않는 보수적인 투자자들이다. 그래서 사들이는 종목도 대부분 업종 내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다. 이달 들어 연기금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대형 IT주와 자동차주 등이었다. 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각각 1092억원, 1026억원어치 사들였고 LG디스플레이도 662억원어치나 샀다. 현대차와 이달 상장한 만도도 각각 973억원, 529억원어치씩 샀다. 현대제철과 신한지주도 순매수 상위 종목에 올랐다.

유수민 현대증권 연구원은 "현재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성향이 강해지고,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급변동하면서 외국인 매도세가 다소 지속될 것으로 본다면,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위주로 한 연기금들의 저가 매수세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