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MONEY] "한국 주식 싸다 싸"

코스피지수가 1600선대 안팎까지 떨어지면서 국내 주식가격이 형편없이 싸졌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남유럽 재정위기의 파장이나 북한 관련 지정학적 위험을 고려해 올해 상장사 이익전망치를 10~20%씩 깎아내리더라도 국내 주식시장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저평가돼 있다는 것이다.

대우증권과 현대증권에 따르면, 27일 코스피지수 종가(1607.5) 기준으로 한국 주식시장의 주가수익비율(PER)은 8.7배 수준이다. PER은 주가를 향후 12개월간 상장사들의 주당 순이익전망치로 나눈 비율이다. PER 수치가 낮을수록 주가가 저평가됐음을 의미한다.

PER 8.7배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인 2007년(12배)보다 훨씬 낮고, 2006~2009년까지 과거 4년간의 평균치(10.7배)보다도 낮다. 미국(12.6배)·일본(15.7배) 등 선진국 주식시장은 물론 중국(11.9배)을 포함해 신흥아시아국가 주식시장 평균치(11.4배)보다도 낮은 것이다. 이는 국내 상장사들의 이익이 향후 1년간 27% 증가했을 경우를 예상한 것이다.

향후 남유럽 재정위기가 더욱 악화되고 북한 리스크가 커져 기업 이익이 악화되는 것을 가정하더라도, 한국 주식이 여전히 싸다고 할 수 있을까. 김학균 대우증권 연구원은 "대내외적인 악재로 상장사들의 순이익이 시장 예상치보다 20%가량 감소하더라도 PER은 10배 내외로 여전히 싸다"고 분석했다. 실제 2006년 글로벌 경제의 긴축 우려로 상장사들의 이익이 시장 예상치보다 16%나 줄어든 적이 있다. 당시처럼 상장사 순이익이 예상치보다 16% 감소하더라도 현재 코스피 1600선대 초반에서의 PER은 9.9배로 여전히 낮다는 분석이다.

주가 저평가 정도를 나타내는 또 다른 투자지표인 주가순자산비율(PBR)도 현재 1.16배 수준이다. 역시 2002년 이후 PBR 평균치(1.3배)에 못 미친다. PBR은 주가를 기업의 주당순자산으로 나눈 비율로, 1배 미만이면 주가가 기업의 청산가치에도 못 미친다는 뜻이다. 최근 주가가 1550선까지 급락했을 때의 PBR이 1배였다. 과거 PBR이 1배 미만으로 떨어진 적은 2003년 5월 카드사태(0.76배)와 2009년 2월 글로벌 금융위기(0.89배) 시기였다. 양창호 현대증권 연구원은 "PBR 1.16배는 기업이익이 시장 예상치보다 10% 하락하고, 경제성장률(국내총생산·GDP 기준)이 시장 예상치(5%)보다 1%포인트 낮았을 때의 주가 수준"이라며 "이미 주가가 향후 불안감들을 충분히 반영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