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빛나는 별

〈총보〉(1~263)=한·중 간 '끈기 대결'은 한국의 승리로 끝났다. 이희성의 침착함과 용의주도함이 돋보인 일국. 자신의 기풍대로 두텁고 유연하게 판을 주도한 끝에 완승했다. 그렇다고 소극적 옆걸음만으로 얻어낸 승리도 아니었다. 70, 88, 118, 130, 174, 210 등 과감한 수들이 폭죽처럼 터져나왔다. 상대가 강하게 나올 때(109)는 능숙한 솜씨로 받아치면서 점수를 쌓았다.

80만 해도 대세를 중시하는 대범한 가착(佳着)이었다. 흑은 참고도처럼 응수할 경우 A, B 등의 약점이 남으므로 81의 헤딩을 택했고, 그 틈을 이용해 백은 중앙에 착실히 힘을 실어갔다. 146이 백의 유일한 '옥의 티'였는데, 계속 끌려다니던 흑은 149 때 유일한 기회를 맞이하고도 허무하게 날려버렸다.

이 바둑은 통합예선 16판 중 가장 늦게 끝났다. 그날 결승서 한국이 중국에 줄줄이 패하던 터여서 이 승리는 한국 관계자들에게 많은 위안이 됐다. 중국서도 손꼽는 강자 셰허를 물리친 여세가 본선 몇 회전까지 이어질까. 이름처럼 빛나는(熙) 별(星)로 이번 LG배 하늘을 장식하기를 기원한다. (69…58, 197…44, 223 262…219, 230…220, 256…203, 263…204, 263수 끝 백 2집 반 승, 소비시간 백 2시간 59분, 흑 2시간 58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