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시네마 리뷰] 방자전

방자와 사랑에 빠진 춘향 … 몽룡 캐릭터 힘 부족 아쉬워

당신이 아는 '춘향전'은 거짓이다!

춘향이는 몽룡이에게 자신의 모든 사랑을 준 것이 아니다. 방자의 남자다움과 자상함에 흔들려, 방자와 사랑에 빠진 것이다. 그리고 그 가슴 아픈 이야기는 방자의 요청으로 새롭게 쓰여져 우리가 알고 있는 춘향전으로 탄생한 것이다.

이렇게 당당하게 외치고 있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6월 3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방자전'의 김대우 감독이다.

김 감독은 '춘향전'을 하인이었던 방자의 시각으로 재구성했다. 굉장히 뻔한 스토리라고 생각될 수 있으나 결코 그렇지 않다. 이 영화, 꽤 맛깔나다. 나름대로 반전도 있다.

영화는 방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시작한다. 관객들은 방자가 사랑에 빠지게 된 과정과 그 이후의 이야기까지 세세하게 알게 된다.

이러한 전개 방식은 영화를 자연스럽게 끌고 나가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중간 중간, 현실로 되돌아옴으로써 관객의 집중을 흐트러트리는 아쉬움을 남긴다.

초반부터 예상치 못하게 관객들의 웃음을 터트리게 하는 것은 이 영화의 장점인 동시에 단점으로 작용한다. 정작 중요한 부분에서 관객들이 지루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웃음은 좋지만, '방자전'으로 주고자 했던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약간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더군다나 반전을 끌어나가는 힘이 약하다. 나중에 춘향이의 설명을 들으면 이해는 가지만, 갑작스런 춘향이의 행동 변화에 관객들은 순간 고개를 갸우뚱 할 수밖에 없다.

안타까운 점이 하나 더 있다. 이몽룡 역할을 맡았던 배우 류승범은 "몽룡이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악역보다는 남자의 질투에 대해서도 생각해줬으면 한다"고 말했지만 그것을 느끼기에는 몽룡이가 가진 캐릭터의 힘이 너무 부족하다. 관객들이 그것을 느끼기에는 춘향이에 대한 몽룡이의 사랑이 덜 표현됐다.

그러함에도 이 영화는 대단한 매력을 가졌다. 초반에 마노인(오달수)의 뛰어난 입담이 극을 이끌어 갔다면, 후반부에는 변학도(송새벽)의 입담이 힘을 발휘한다. 특히 마노인이 전수해주는 그럴듯한 연애기술과 뛰어난 입담은 관객들의 배꼽을 빠지게 만든다.

'방자전'은 아름다운 풍경과 그에 어울리는 음악으로 방자와 춘향이의 사랑을 더 돋보이게 만든다. 무엇보다 맛깔스럽게 이야기를 버무려낸 김대우 감독의 솜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 홍예지ㆍ청룡시네마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