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르는 LG배… 한국, 中 돌풍 뚫고 재도약할까

결혼 50주년은 금혼식, 25주년은 은혼식이란 예쁜 애칭을 갖고 있다. 동혼식(銅婚式)은 15주년째다. 이 계산법에 따른다면 출범 15년에 이른 LG배 세계기왕전(조선일보 주최)도 기념할 만한 해를 맞는 셈이다. 96년 6월 시작된 LG배는 연인원 그간 14명의 우승자를 배출하며 최고권위의 국제 바둑행사로 우뚝 섰다.

15번째 LG배 잔치가 경기도 광주 곤지암리조트에서 막을 올린다. 6일 대진추첨에 이어 7일 본선 1회전(32강전), 9일 2회전(16강전)으로 이어질 예정. 1인당 3시간씩 주어지는 정통 방식으로 우승상금 2억5000만원의 주인을 찾는 1년간의 레이스가 출발 총성만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올해 LG배는 출발부터 긴장감이 감돈다. 본선에 나갈 한국기사 수가 11명으로 중국에 비해 5명이나 적은 것. '예비전장' 격인 통합예선서 중국이 맹위를 떨치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 주최국인 한국이 수적(數的) 열세를 안고 본선에 임하는 것은 2005년 제10회(한국 10·중국 13명) 이후 두 번째다.

한국 출전자들은 당연히 일당백(一當百)의 기세가 필요하다. 11대 16으로 맞은 본선전 초반에 만회하지 못하고 또 이끌려 간다면 8강 중 절반 이상 5~6자리까지 중국에 내줄 가능성이 크다. 곤지암에서의 1라운드에서 한국 기사들은 7할대 이상의 승률을 올려야만 균형을 되찾을 수 있다.

이세돌 이창호 최철한 박정환 박영훈 등 1~5위(5월랭킹 기준)와 8위 김지석 등 한국을 대표하는 강타자들이 시드(seed) 멤버로 본선에 직행했다. 이창호는 이 대회 최다우승(4회)자이고, 이세돌도 두 차례나 LG배를 정복한 베테랑이다. 하지만 이들 한국의 '투 톱'은 최근 2년간 LG배 결승서 쿵제와 구리 등 중국의 쌍두마차에 똑같이 완봉패했다. 올해야말로 구겨졌던 체면을 만회할 절호의 찬스다.

5명으로 구성된 한국의 '통합예선파'도 만만치 않은 진용이다. 예선에 돌입 때 랭킹 하나 차이로 시드를 못 받았던 허영호(7위)는 무난히 본선티켓을 획득, 올해 춘란배 8강 진출자다운 위용을 유지하고 있다. 안조영(10위) 목진석(12위) 두 중견과 최근 쾌조의 백대현 이희성에 대한 기대도 크다.

중국의 '시드군(軍)'은 쿵제(孔杰)와 구리(古力)를 선봉으로 창하오(常昊) 천야오예(陳耀燁) 퍄오원야오(朴文堯)가 받친다. 여기에 통합예선을 통과한 스위에(時越) 퉈자시 저우루이양(周睿羊) 등 급상승세의 신예들도 경계대상이다. 펑첸 왕시(王檄) 후야오위(胡耀宇) 등 20대 후반 중견들 또한 안정적 전력을 갖추고 있다.

일본은 통합예선 통과자 없이 이야마(井山裕太) 요다(依田紀基) 다카오(高尾神路) 야마다(山田規三生) 4명으로 옹색하나마 구색을 갖췄다. 21세 청년명인 이야마의 최종 기착지가 관전 포인트. 대만 역시 예선통과자를 못 낸 채 샤오정하오(蕭正浩) 1명에게 4년 전의 '기적'(저우쥔쉰 우승) 재현을 기대하고 있다.

올해 국제무대 한 중 패권 싸움 전적은 현재까지 1대 1이다. 연초 제14회 LG배 때는 쿵제가, 4월 제2회 비씨카드배선 이세돌이 우승했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이 우승 횟수 4-8로 중국에 뒤진 이후 전체적인 주도권은 아직도 중국에 머물러있는 느낌을 준다. 특히 이번 LG배 통합예선서도 드러났듯 중국 2선급 신흥 강자들의 물결은 엄청나게 거세다. LG배를 요람삼아 성장해온 한국 바둑이 이번 '동혼식(銅婚式) LG배'를 재도약의 디딤돌로 활용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