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山水, 불안으로 물들다

지난 30일 중국 베이징 예술특구인 798 지역의 아트싸이드 갤러리에 들어서자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용백의 설치작품 〈깨진 거울〉에서 나온 소리였다. 전시장에는 5월 29일부터 이용백을 비롯해 이세현·김기라·한효석 등 국내외에서 역동적으로 활동 중인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다.

한국 화랑인 아트싸이드 갤러리가 기획한 전시 제목은 〈한국 현대미술 4인전〉. 이진명 큐레이터는 "한국적인 상황들을 독특한 자기 나름의 미적 형식으로 승화시킨 작가들을 중국에서 선보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한국에서 역량을 보여주고 있는 이들 작가들이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이용백의 〈깨진 거울〉은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잠시 후 거울이 깨지면서 거울 속 내가 사라지는 것을 보게 된다. 작가가 제작한 영상을 통해 거울이 깨지는 것을 경험하면서, 무엇이 현실이고 환상인가 묻게 된다. 역시 이용백의 〈플라스틱 물고기〉는 물고기를 유인하기 위한 미끼용 물고기를 통해 가짜가 진짜를 잡는 현실을 표현했다.

이세현의 '붉은 산수(山水)'는 붉은색으로 북한과 남한의 아름다운 풍경을 섞어 그린 작품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이세현은 "영국에서 지내면서 나만의 차별화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면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 내 안의 자연을 표현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작가가 군대에서 야간투시경으로 바라본 북한의 아름다운 풍경과 어릴 적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통영의 아름다움을 교직했다. 차분한 산수화 같지만 핵무기를 의미하는 버섯구름과 붉은색이 북한의 폭력과 불안한 상황을 암시한다.

한효석의 회화 작품은 섬뜩할 정도로 도발적이고 적나라하다. 확대된 사람의 얼굴에서 두 눈만이 인간임을 확인시켜줄 뿐 얼굴 전체가 정육점에서 볼 수 있는 고깃덩이로 덮여 있다. 인간이 내세우는 허구적 구호와 실상을 박피된 인간상으로 보여주고 있다. 김기라는 우리가 정크푸드라고 부르는 햄버거와 도넛을 근사하게 꾸며진 액자에 넣어 현실세계를 비틀고 있으며, 눈에 멍이 든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초상을 통해 역사 속 권력자들의 허상을 짚어내고 있다.

이동재 아트싸이드 대표는 2007년 서울에 이어 베이징에도 갤러리를 열어 한국과 중국 작가를 활발하게 소개해오고 있다. 이 대표는 2001년과 2003년 서울에서 〈중국 아방가르드 5인전〉과 〈중국 3인 3색전〉을 각각 개최했다. 이 전시들은 왕광이를 비롯해 장샤오강·위에민쥔·쩡판즈·팡리준 등 중국의 젊은 작가들을 한국에 본격적으로 소개한 것이었고, 이후 이들 작가들은 세계적인 중국 현대작가로 급부상했다. 이 대표는 "이번 전시는 세계 미술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베이징에서 한국의 젊은 작가를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마련했다"면서 "6월 초 베이징을 방문하는 영국 테이트 모던 관계자들이 전시를 보러 오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트싸이드 갤러리는 798 지역에 위치한 2관에서 중국의 20대 작가 션판정의 개인전 〈유년의 연장〉을 함께 열고 있다. 션판정의 회화 작품 〈바비인형의 환상 정원〉은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중국 젊은 여성의 심리를 보여준다.

두 전시 모두 27일까지 열린다. (86)10-597891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