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여자 007'… 하이힐이 스포츠카죠"

미란다가 제일 먼저 무대에 등장했다. 다음은 샬럿과 사만다, 그리고 캐리 순이었다. 정확히 영화 속 비중 순서였다. 10일 개봉을 앞둔 영화 '섹스 앤 더 시티 2'의 여배우 4명이 지난달 31일 일본 도쿄 롯폰기힐스에서 아시아 기자들을 상대로 회견을 열었다. 사라 제시카 파커(캐리·45), 킴 캐트럴(사만다·54), 크리스틴 데이비스(샬럿·45), 신시아 닉슨(미란다·44)과 마이클 패트릭 킹 감독은 회견장을 메운 300여 기자들 앞에서 서로의 본명과 영화 속 이름을 섞어 써가며 대답했다.

인사말에서 크리스틴은 "다른 나라에서는 저더러 (영화에서) 좀 답답하다고 하는데, 일본은 보수적이어서 그런지 저를 좋아해 주셔서 기뻤다"고 말했다. 킴은 "우리를 환영해주는 것은 다른 문화의 여성을 환영해주는 일종의 여성 운동(movement)"이라고 했다.

'섹스 앤 더 시티'는 1998년부터 2004년까지 미국 HBO 채널에서 94회까지 방영된 TV 시리즈다. 이어 같은 제목 영화가 2008년 전세계에 개봉됐고, 그 두번째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사라에게 "이 시리즈가 인생에 어떤 영향을 줬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이렇게 오랫동안 연기하는 것은 일종의 특권이죠. 또 다른 삶을 13년간이나 연기하니 마치 두 개의 인생을 사는 것 같아요. 세계 어디를 가도 사람들은 나를 캐리로 보지만 별로 불편하지는 않아요. 그만큼 나는 캐리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드라마에 계속 출연한 것은 정말 드문 일이고 감사한 일이에요."

여배우 4명은 이번 영화의 가장 좋았던 장면으로 아부다비의 가라오케에서 함께 노래한 장면을 꼽았다. "제가 제일 많이 긴장했어요. 그렇지만 수많은 댄서와 관객들이 있어서 기분이 들뜨고 좋았죠."(크리스틴) "사라는 원래 브로드웨이 뮤지컬 배우 출신이어서 노래를 잘하고, 크리스틴은 남부 출신이라 솔(soul) 풍으로 불렀죠. 사만다(킴)는 꼭 셰어(Cher) 같았죠."(신시아) "우리끼리 걸 밴드를 만들어 라스베이거스 같은 데서 공연을 해도 좋을 것 같아요."(킴)

이들이 '섹스 앤 더 시티'를 처음 하게 됐을 때의 이야기도 나왔다. "어떨 때 가장 행복하느냐"는 질문에 킴이 대답했다. "바로 지금이 가장 행복해요. 우리가 손발이 척척 맞게 일할 때도 행복하죠. 아, 그 첼시 마켓(맨해튼 남서부 지역)의 어두운 방에서 처음 30쪽짜리 대본을 받았을 때, 그때가 13년 전인가 14년 전인가? 맙소사. 우리는 서로 알지도 못했어요. 그때는 이 드라마가 얼마나 갈지 알 수도 없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 사람들이 드라마 다음 회를 기다리느라 안달이 난 거예요. 그 모든 게 우리끼리의 찰떡궁합(chemistry) 덕분이었어요."

TV 드라마와 영화를 모두 연출한 킹 감독은 "이 영화는 일종의 '여자 007시리즈'"라고 말했다. "이 영화에 나오는 마놀로 블라닉 슈즈는 007 영화의 스포츠카 같은 겁니다. 이 영화는 화려하고 환상적이죠. 그렇지만 그 뿌리엔 여자들의 인생과 심리가 담겨 있습니다. 드라마와 영화를 만드는 저의 원칙은 단 하나였습니다. 뭐든 반복하지 말자는 것이었죠."

신시아가 덧붙였다. "이건 사회를 풍자하는 정치 드라마가 아니에요. 그런데 사람들은 정치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해요. 예전 미국 대선 때 누군가의 티셔츠에 "캐리(영화 주인공)는 우리 편이 아니에요. 존 케리(민주당 대선후보)도 마찬가지죠(Carrie doesn't speak for me. Neither does John Kerry)"라고 쓰여 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우리 영화는 그저 여자 네 명이 만드는 코미디일 뿐이에요."

마지막으로 사라에게 "이번 영화 속 가장 맘에 드는 패션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제가 아부다비 시장에 갈 때의 패션이 가장 맘에 들어요. 영화를 위해 특별히 만든 마놀로 블라닉 구두를 신고 크리스천 디오르의 빈티지 티셔츠를 입은, 규정에 얽매이지 않은 패션이죠."


영화 '섹스앤더시티2'는… 삶에 지친 네 친구 아부다비로 떠나다

빅(크리스 노스)과 결혼한 지 2년이 지난 캐리(사라 제시카 파커)는 역시 결혼생활이 생각과 다르다는 것을 조금씩 깨닫는다. 사만다(킴 캐트럴)는 젊음을 지키려고 하루에 수십알씩 건강보조식품을 삼키고, 샬럿(크리스틴 데이비스)은 그토록 원했던 아이들을 돌보는 데 지친다. 미란다(신시아 닉슨)는 여성을 차별하는 직장 상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사만다가 아부다비 특급 호텔의 홍보를 맡게 되면서 이들 친구 네 명은 전용기를 타고 호화로운 여행을 떠난다. 아부다비에서 이들은 각자 겪고 있는 고민들을 털어놓는다. 캐리는 이곳에서 옛 연인 에이든을 만나고, 사만다는 해변에서 처음 만난 남자와 어울리다 현지 경찰에 체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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