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자 무지개가 온몸을 휘감고…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갤러리 '뮤지엄비욘드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일본 디자이너 도쿠진 요시오카의 개인전 〈스펙트럼〉은 순수미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구분 짓는 일이 쉽지 않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다.

작가는 갤러리 안 곳곳에 디자인을 기본으로 한 설치미술 작품을 맘껏 풀어놓고 있다. 작품 〈토네이도〉는 150만개에 이르는 긴 투명 빨대를 이용해 토네이도를 환상적으로 형상화했다. 토네이도 같기도 하고 거친 파도 같기도 한 이 작품은 전시장을 빨아들일 것 같다. 작품〈비너스〉는 커다란 수조 안에 미네랄액을 넣은 뒤 물을 인공적으로 돌려 광물질이 커다란 수정처럼 맺히게 했다. 커다란 얼음이 맺힌 것 같기도 하다. 작가는 과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간이 예기치 못했던 아름다움이 탄생하는 순간을 의도했다. 종이로 만든 의자(Honey-Pop)는 벌집 모양을 하고 있는데, 소재 연구에 대한 작가의 열정을 보여준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입구에 들어서면서 한꺼번에 맞게 되는 빛이다. 〈무지개 교회〉라고 불리는 이 작품은 도쿠진이 프랑스를 여행하면서 들렀던 예배당의 스테인드글라스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485개의 투명유리를 9m 높이로 올린 것으로, 유리벽이 프리즘처럼 빛을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다. 전시는 30일까지 이어지며, 입장료는 8000~1만2000원. (02)577-66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