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일본 송아지'

〈제3보〉(27~41)=안자이(安齊伸彰)는 박영훈 원성진 최철한과 동갑인 85년생. 침체한 일본 바둑계에서 일본판 '송아지 띠'답게 최근 맹활약 중이다. 올해 제23회 후지쓰배 때 8강에 든 일본기사 4명에 포함됐고, 이번 LG배 통합예선에는 홀로 결승에 진출했다. 2006년 제11기 LG배 통합예선 때도 결승에 올랐다가 윤준상에 져 탈락한 바 있다. 안자이로선 이 바둑을 얼마나 이기고 싶었을까.

27로 달리 둔다면 참고1도 1, 3 정도. 그러나 12까지 필연의 과정을 거치고 보면 백 쪽에게 만족스러운 그림이다. 백도 형태 정비를 위해 28로 어깨를 짚어갔고, 34까지 희한한 모습이 만들어졌다. 얼핏 보면 무슨 축소판 순장바둑을 보는 것 같다. 아무튼 34로 뛰게 돼선 안조영도 불만없는 표정.

35때 36은 정수다. 효율적으로 둔답시고 참고2도 1에 막는 것은 흑 2, 4로 수가 난다. 39까지 흑이 좌변에서 틀을 잡고 백40이 놓이면서 포석이 완료됐다. 다가올 육탄전에 대비해 서로 조심스럽게 힘을 길러온 흔적이 도처에 보인다. 다음 한 수가 주목될 때 41이 놓였다. '가'면 무난했을 텐데, 젊은 혈기는 강경카드를 뽑아들었고 바둑은 갑자기 전운(戰雲)에 뒤덮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