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 5000년 다 담으려 가장 큰 전시장 마련했어요"

"오랫동안 기다리던 전시였습니다. 드디어 러시아 국민들에게 한국 문화유산의 정수를 소개하게 돼 기쁘고 감격스럽습니다."

미하일 보리소비치 피오트롭스키(66) 러시아 에르미타주 박물관장은 1일 《솔숲에 부는 바람, 한국미술 오천년》전(展) 개막식에 앞서 만난 자리에서 "한국문화 5000년을 다 담기 위해 우리 박물관에서 가장 큰 니콜라예프스키홀을 전시장으로 마련했다"며 "엄청난 전시 유물들을 보면서 한국 문화재의 정교한 아름다움에 감탄했다"고 말했다.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한국과 러시아에 얽힌 오랜 역사를 새삼 깨달았습니다. 아관파천(俄館播遷)의 역사를 아는 러시아인이라면, 흥선대원군 이하응 초상화를 보면서 남다른 느낌이 들 수 있겠죠. 모든 문화권이 각기 다른 게 아니고 공통점을 갖고 있으며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게 중요합니다."

피오트롭스키 관장은 1964년부터 1990년까지 에르미타주 박물관장으로 재임했던 부친 보리스 보리소비치 피오트롭스키에 이어 1992년부터 에르미타주 관장직을 맡고 있다. 부친은 저명한 고고학자였으며 그는 국립레닌그라드대학에서 아랍학을 전공한 뒤 코카서스·중앙아시아·예멘 등의 고고학 발굴 조사에 참여했고, 아랍 역사와 문화에 대한 저술을 비롯해 200여편 이상의 학술논문을 발표하는 등 학자로서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피오트롭스키 관장은 "한·러 수교 20주년을 맞아 올해 여러 가지 행사가 열리지만 한국 문화를 러시아인들에게 보여주는 이번 전시회가 단연 으뜸이라고 생각한다"며 "국가 간에 수교하는 목적은 단순히 수출을 통해 경제적 이득을 올리려는 것뿐 아니라 그 나라 문화와 소통해 상생(相生)하려는 것도 있고, 그게 바로 문화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시물 중 특히 청동기시대의 마제석검에 반했다"며 "철도 아니고 돌로 만든 칼이 이렇게 정교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니 놀랍다"고 했다. "이번 특별전은 단순히 한국 유물만 전시하는 게 아니라 한국 음식과 의상 등을 다각도로 소개하는 한국문화 페스티벌이 될 겁니다."

피오트롭스키 관장은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한국과 러시아 간 문화교류가 활발히 이뤄지기를 기대한다"며 "앞으로 에르미타주 박물관 소장품과 한국의 유물을 계속 교환·전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