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오버 인터뷰] '맨발의 꿈' 김태균 감독과 실제 주인공 김신환 감독

해병대 시절 함께했던 허 감독 승부욕 대단

원정 16강 꼭 이뤄 그 열기 우리에게도…

4년만에 찾아온 월드컵. 영화 '맨발의 꿈'의 준비기간도 공교롭게 4년이다.

(김태균 감독) 2005년 TV프로에서 김 감독님을 소개하는 시사 프로그램을 우연히 봤어요. 동티모르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치는 축구 감독이 있다는 얘기였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가더라고요. 이듬해에 감독님이 한국에 오셨을 때 처음 만났고 그해 겨울 동티모르에 가 열흘간 머물며 지켜봤어요. 작은 나라 아무 것도 없는 곳. 커서 뭐가 되고 싶다는 꿈이 없는 나라에서 감독님은 아이들에게 꿈을 꿀 수 있게 해주셨고. 거꾸로 감독님도 중년의 나이에 그곳에서 새로운 꿈을 꾸시고.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좋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김신환 감독) 꿈만 같네요. 하루에 한끼 먹기도 힘들고. 맨발이나 슬리퍼 신고 축구하는 나라였는데. 지금은 많은 분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너무 좋아졌어요. 한국가스공사는 매년 한달반씩 아이들의 합숙 훈련을 지원해주시고. 김 감독에게도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20, 30명 후원회를 만들어 매달 십시일반 저희 아이들을 도와주세요.

코칭 스태프 연기는 박휘순 등 한국 연기자들이 했지만 선수 아역은 현지 아이들이 소화했다.

(김태균 감독) 몇년 전 얘기라 실제 주인공들은 영화에서 엑스트라로 출연하고 대신 한참 후배들이 주인공 연기를 펼쳤어요. 배우 모집 때문에 제일 애를 먹었어요. 현수막 걸어놓고 출연공고를 했는데 아무도 안 오는 거예요. 영화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으니. 하는 수 없이 선수들 한 명 한 명 붙잡고 동생들 누나들 데리고 했죠. 그러다가 유괴범으로 오해도 샀어요. 또 대본을 나눠줬는데 읽지를 않는 거예요. 하는 수 없이 모아놓고 역할놀이를 시켰어요. 거기도 코리안타임 같은 게 있어서 내심 촬영 펑크도 걱정했는데 기우였어요. 한 사람 촬영하면 다같이 남아 기다려주는 문화더라고요. 이 아이들의 10년 뒤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촬영했어요.

(김신환 감독) 하하. 실은 애들한테 제가 '돈 엄청 들여서 너희들을 위해 만든 영화'라며 겁을 좀 줬습니다. (웃음)

남중국해와 인도양 사이에 위치한 동티모르는 2002년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한 신생국이다. 커피 플랜트가 주 산업. 극빈국이다보니 스포츠나 문화 시설이 거의 없지만 월드컵 열기만큼은 브라질도 울고 갈 정도다. 월드컵 기간엔 TV가 있는 집을 중심으로 마을 잔치가 열린다.

(김신환 감독) 연예인 개념이 없다보니 축구 선수가 최고의 스타죠. 유소년 축구팀 애들도 오빠 부대를 몰고 다니니까요. 얘네들이 여기서는 우상일 수 밖에 없죠. 세련됐지, 1년에 몇번씩 외국 나가지. 월드컵은 동티모르 최고의 축제기간이에요. TV 있는 집에 모여 다른 나라 경기까지 다 챙겨보죠. 과거 400년간 포르투갈의 지배하에 있었다보니 포르투갈 응원을 가장 많이 하고요. 그 다음으로는 한국을 응원해요. 상록수 부대가 가서 좋은 인상을 남긴 공도 크죠. 박지성 선수 하면 다 알고 안정환 선수도 많이 알려져 있어요. 한국과 일본에서는 한-일전이 빅매치지만 여기선 동티모르-인도네시아 전이 가장 치열하고요.

81년부터 88년까지 현대자동차에서 뛰었다는 김 감독은 해병대 시절 허정무 감독과 손발을 맞출 기회가 있었다. 아주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의 승부욕은 옛날부터 대단했었다며 기억을 반추한다.

(김신환 감독) 후배들한테까지 태클을 걸 정도로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셨던 기억이 나요. 이번에 일을 내실 거라는 예감이 들어요. 멤버가 정말 괜찮더라고요. 경험 많은 선수와 젊은 선수들이 조화를 잘 이루고 있어요. 16강 고비만 잘 넘기면 8강도 가지 않을까 싶은데. 월드컵은 팀워크와 정신력이 중요해서 힘받기 시작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 지 모르거든요.

(김태환 감독) 그러게요. 원정 16강에 8강까지 이뤄 그 열기가 저희 영화로도 이어지면 정말 좋겠어요.

'공심반 사심반(公心半 私心半)'. 남아공월드컵 원정 16강을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는 두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