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변신 구혜선 '홀로서기'

영화감독 구혜선을 만났다. 24일 첫 장편 상업영화 '요술'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 그녀는 지난 한해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대박 이후 더욱 바빴다. 책을 냈으며 연주회를 했다. 그 사이 그림 전시회도 했다. 말 그대로 팔방미인이다. 여배우로서 화려한 생활에 안주할 수도 있을텐데, 새로운 시도엔 끝이 없다. 스물일곱, 그녀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하기에 대해 들어봤다.

'연기생활' 상처 많이 받아 배우 점수? 50점 정도

'요술' 37개 스크린서 24일 개봉 배우-감독 다해보니 여유로워져 2만여명 팔로어 둔 유명 트윗족 아날로그적 감성 표현하고 싶어

　▶트윗족 구혜선, 나 홀로 버스 타기

최근 소설가 이외수의 강원도 화천 감성마을에 다녀왔다. 트위터를 통해 인연을 맺은 이외수의 초대를 받고 혈혈단신 화천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길을 물어보느라 들른 고깃집 아저씨는 덤으로 고기를 싸주셨다. 동네 주민들이 태워주는 차를 타고 감성마을까지 편히 갔다. 밤새워 바람 소리를 벗삼아 책 이야기, 사는 이야기를 들었다. 두꺼운 메이크업을 벗겨내고 자연을, 여유를 배웠다.

이외수만큼은 아니지만 구혜선도 유명 트윗족이다. 2만 여명의 팔로어가 그녀의 맛깔나는 140자에 뜨거운 호응을 보낸다. 언니네 부부싸움 이야기까지도 털어놓는 그녀의 모습은 또다른 매력으로 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겁많은 구혜선, 온실 밖으로 나오기

웬만하면 인터뷰 10분만에 딱 감이 잡히는데, 구혜선은 참 어려웠다. 긍정적인가 하면 소극적인 면도 보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듯 하지만 공격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성인이 되고 나서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 너무 큰 사회를 한꺼번에 받아들이면서 많이 다쳤다"는 구혜선은 마음 문을 걸어 잠그고 생활했다.

이처럼 상처를 두려워하던 그녀를 온실 밖으로 끄집어낸 사람은 고 정승혜 영화사 아침 대표다. 고등학교때부터 썼던 시나리오 '단추'를 보여드렸다가 아주 냉정한 평가를 받았다. "백과사전 두께만한 시나리오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주셨다"고 기억한 구혜선은 "'이거 못 써'라는 정대표님의 말이 좋은 자극제가 됐다"고 활짝 웃었다.

그 뒤 구혜선은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끄떡없는, 엄청난 체질 변화를 겪었다.

"시나리오를 보여드리러 처음 영화사를 찾아간 날 아침이 생생하게 기억난다"는 구혜선은 "버스를 탔다고 했더니 정 대표님이 그렇게 칭찬을 해주시더라"고 말했다. "아, 이게 잘하는 거구나"하면서 조금씩 세상 속으로 걸어들어왔다는 그녀는 "배우와 감독, 둘 다 해보니 성격이 굉장히 발전적이고 여유로워졌다"고 말했다.

　▶감독 구혜선 vs 배우 구혜선

배우로서 점수는 50점 정도인 듯하단다. 그때 그때 최선을 다하지만, 하루만 지나고 봐도 손발이 오그라들 것 같단다. 그나마(?) 친근한 이웃집 누나 동생 같은 이미지 덕분에 팬들의 사랑을 받는 듯 하다고 자체 분석했다.

감독으로서 구혜선은 이제 막 출발점에 선 셈. 고 정 대표의 평가에 따르면 빠른 결단력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포기가 빠르기에 제작비는 줄일수 있지만, 감독으로서 고집은 약한 편이란 평도 받는다.

또 '구혜선'이란 이름 세 글자가 오히려 영화의 투자나 캐스팅에선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 때문에 주저앉을 구혜선이 아니다.

예술학교를 배경으로 젊은 음악가들의 열정과 미묘한 삼각관계를 그린 '요술'의 개봉관은 약 37개. 소규모 개봉 형태를 유지하면서 계속 작품 활동을 해나갈 계획이다. 이메일보다 편지를 좋아하는 자신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살리고 싶어한다. 스스로 '촌스럽다'고 이야기하는 구혜선은 '요술'의 후속작으로 아름다운 뱀파이어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