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 나무에 새겨 '예술'로… 오스트리아 왕궁에서 전시

"제가 좋아서 한 작업일 뿐인데 유럽의 왕궁에서 전시까지 하게 돼 영광입니다. 앞으로도 기회 닿는 대로 부적 조각을 세계에 알리고 싶습니다."

한국의 나무 부적(符籍)이 예술작품으로 유럽에 소개됐다. 주인공은 조선일보에 '오늘의 운세'를 연재하는 역술가 고산 엄창용(76)씨다. 엄씨는 지난달 6일부터 오는 13일까지 예정으로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의 호프부르크왕궁에서 나무에 새긴 부적 1000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개막식에 참석하고 귀국한 엄씨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한국 부적을 일반인에게 전시한 것은 처음인데 유럽 사람들이 작품에 대해 이것저것 묻는 등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악귀(惡鬼)를 쫓거나 복(福)을 기원하는 뜻에서 몸에 지니는 주술도구인 부적은 보통 종이에 글씨·그림·기호를 쓰거나 그린다. 그런데 엄씨는 20여년 전부터 나무에 새기기 시작했다. 사주풀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고안하는 등 손재주가 뛰어난 그가 취미 삼아 나무뿌리공예를 하다가 자신이 평소 주변에 그려주던 부적을 나무에 새기기 시작한 것이다. 향나무 줄기를 어른 손바닥보다 약간 크게 얇게 자르고 앞·뒷면에 행운·수명(壽命)·재운(財運) 등을 바라는 내용을 그린 후 나무칼로 파내고 붉은색 주사(朱砂)로 색을 입힌다.

갤러리 뤼미에르가 기획한 이 전시는 '한국의 얼(Soul of Korea)'이란 주제로, 한정식(73)·이완교(70)씨 등 한국의 원로 사진작가와 아리 카키넨(핀란드)·엘코 블랑(네덜란드) 등 40대 유럽 사진작가의 작품도 선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