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冷戰과 熱戰

〈제4보〉(42~54)=안조영은 귀신 같은 계산력으로 딱 반 집만 남기는 신통력을 지녀 '반 집의 승부사'로 불린다. 올 초 제2회 비씨카드배 16강전서 전기 챔프 구리(古力)를 반 집으로 돌려세운 게 좋은 예. 2006년 강원랜드배 때는 왕시(王檄)와 뤄시허(羅洗河)를 연속 반 집으로 꺾어 화제를 낳기도 했다. '최소 요건'만으로 승리를 거둘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탁월한 전략이 또 있겠는가.

43은 44로 한 칸 물러나 받았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우변은 모두 흑의 영지로 굳어졌을 것이다. 44 끊음수가 의외로 강력함이 이후 진행에서 밝혀진다. 45로 참고1도 1, 3은 10까지 흑이 안 되는 모습. 참고2도 1, 3으로 공격하는 것도 백이 우변에서 떵떵거리며 살아버린다.

45가 불가피할 때 46이 또 강수. 여기서라도 흑은 참고3도로 타협할 수 있었다. 47이란 최강수가 48을 유발, 우변이 뚫렸다. 맑고 도도하게 흐르던 물이 돌연 탁류(濁流)에 휩싸인 형상. 54에 붙여 한 치 앞도 모를 난타전으로 가고 있다. 냉전 상태가 한순간 동전 뒤집듯 열전으로 바뀌는 전쟁 원리가 바둑판 위라고 다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