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뮤지컬대상 4~5월 출품작...올 10월 영광의 주인공은?

제아무리 강심장의 사내라도 버텨내지 못하는 게 있다. 눈물 그렁그렁 맺혀 올려다보는 여자의 눈망울이다.

최근 뮤지컬 무대를 휘어잡은 여인들의 힘도 여기에서 나온다.

잃어버린 첫사랑에 눈물 짓는 비련의 여주인공('몬테크리스토'), 전쟁통에 헤어진 연인과의 재회를 애타게 기다리는 베트남 여인('미스 사이공'),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을 남겨두고 떠나야 하는 소녀('태양의 노래')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제16회 한국뮤지컬대상의 4~5월 출품작은 모두 8편. 객석을 적시는 여인들의 애처로운 사연을 모아봤다.

▶태양의 노래

인기 걸그룹 소녀시대의 태연이 출연해 화제를 모은 작품. 동명의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드라마와 영화 모두 아시아 전역에서 큰 인기를 모았다. 바닷가 마을에 사는 주인공 카오루는 색소성 건피증이라는 특이한 질병을 앓고 있다. 태양광에 노출되면 안되기 때문에 낮에는 밖을 돌아다닐 수 없다. 카오루는 코지를 좋아한다. 서핑보드를 즐기는 또래 소년이다. 병이 악화되는 가운데 카오루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코지를 위한 마지막 노래를 만들기 위해 바친다.

'태양의 노래'는 죽음 앞에 놓인 가녀린 소녀의 운명을 다루지만 비극적이거나 처연하지 않다.

안무 서병구는 경쾌한 군무를 통해 서핑 대회가 열리는 바닷가 마을의 희망과 역동성을 살렸고, 등장인물들이 부르는 노래 역시 10대들의 사랑을 풋풋한 느낌으로 표현했다. 특히 마지막 순간 카오루가 사랑하던 사람들을 위해 부르는 노래 'Goodbye Days'는 찡한 감동을 자아낸다.

▶ 미스사이공

'레 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캣츠'와 함께 '세계 4대 뮤지컬'의 하나로 불리는 '미스사이공'의 명성은 허언이 아니다. 17세 소녀 킴은 베트남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미군들에게 술과 몸을 파는 클럽에서 일을 한다. 미군 병사 크리스는 순수한 영혼을 갖고 있는 킴에게 마음을 뺏기고 둘의 사랑은 깊어진다. 전쟁이 끝나자 크리스는 떠나고 킴은 아들과 함께 남는다. 크리스는 3년 뒤 킴의 소식을 듣지만 이미 엘렌과 결혼을 한 처지. 크리스만을 기다리며 고난의 세월을 견뎌온 킴은 아들을 위해 모정을 희생한다. '미스 사이공'은 2006년 한국 초연 이후 올해가 두번째 무대다. 2006년 당시 킴 역을 맡아 무명에서 신데렐라로 떠오른 배우 김보경은 보다 완숙해진 노래와 연기로 무대를 압도한다. 더블캐스팅된 임혜영은 김보경과는 다른 색깔의 킴을 선사해 호평받고 있다.

▶몬테크리스토

제목은 남자 주인공의 이름을 땄지만, '몬테크리스토'에서 빛나는 건 메르세데스 역의 옥주현과 차지연 두 여배우다. '몬테크리스토'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 등으로 수없이 리메이크됐다. 에드몬드와 메르세데스는 결혼을 약속한다. 어느날 에드몬드가 믿었던 친구들의 배신으로 지하 감옥에 갇히면서 둘의 사랑은 위기를 맞는다. 메르세데스는 에드몬드가 죽었다는 소식에 좌절하며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한다. 에드몬드는 지하 감옥을 탈출해 몬테크리스토 백작으로 신분을 위장하고 복수를 다짐한다.

극은 에드몬드를 중심으로 흘러가지만 메르세데스의 비중도 작지 않다. 옥주현 차지연의 가창력과 연기력은 흠잡을 데가 없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