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X파일] 안전조치 소홀 땐 본인 과실도 10~20%

아직 아침 해가 올라오지 않은 어스름한 새벽, 승용차로 고속도로를 달리던 방심해씨는 차가 한쪽으로 기우는 듯한 느낌을 받고 도로 우측 갓길에 차를 세웠다. 내려서 살펴보니 앞바퀴 오른쪽 타이어에 바람이 빠져 있었다. 얼마 전 타이어를 교환하고 새 스페어 타이어를 구비해 놓지 않았던 터라 일단 보험사에 연락하기로 하고 휴대폰에서 전화번호를 검색했다. 그때 갑자기 뒤에서 달려오던 차가 '끼이익' 소리를 내더니 방씨의 차를 들이받았다. 이 경우 방씨의 차와 사고를 낸 차의 과실은 각각 어떻게 될까.

6일 손해보험협회 산하 구상금분쟁심의위원회는 이 같은 사례를 심의한 결과 방씨의 과실이 20%, 사고를 낸 차량의 과실이 80% 정도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추돌사고의 경우 보통 뒤따라오는 차량이 100% 책임지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이 경우 시계(視界)가 좋지 못했다는 점, 방씨가 차를 갓길에 정차하고도 삼각대를 설치하지 않는 등 뒤따라 오는 차들에 대한 주의신호를 주지 않았다는 점 등이 감안돼 방씨에게도 20%의 과실을 부담시킨 것이다. 구상금분쟁심의위원회는 교통사고 피해자에게 보험금을 신속히 지급하고 분쟁에 따른 소송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지난 2007년 4월 출범한 기구로 손보협회에서 관리·운영하고 있다.

갓길 추돌 사고에 대한 과실 비율은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위원회는 "뒤따라 온 차량이 규정속도를 위반했는지, 정차한 차량이 도로의 일부를 점거했는지, 차량고장이나 연료소진 같은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해 차를 세웠는지 등에 따라 10~20% 정도 과실 비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현행 도로교통법은 고속도로에서 차량고장으로 갓길에 주·정차할 때는 반드시 차량 비상등을 켜고, 안전삼각대를 주간에는 차로부터 100m 떨어진 후방에, 야간에는 200m 후방에 설치해 뒤에 오는 차들에 주의신호를 주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