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MONEY] 헝가리 재정분식 악재… 세계증시 급락

글로벌 금융시장이 '헝가리 재정 위기'라는 또 하나의 암초를 만났다. 남(南)유럽에서 시작된 재정 위기가 동(東)유럽인 헝가리로 번졌다는 소식에 미국과 유럽 증시가 다시 일제히 급락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글로벌 증시 급락이 7일 개장되는 국내 증시에도 일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증시가 문을 닫은 지난 5일 새벽(한국 시각), 미국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3% 이상 급락한 채 거래를 마쳤다. 5월 미국 고용 지표의 악화 소식에, 헝가리 재정 위기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전날보다 323.31포인트(3.15%) 내린 9931.97로 장을 마쳤다. 다우존스 지수가 1만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달 26일 이후 처음이다.

또 이날 오스트리아 증시가 4.12% 급락한 것을 비롯하여 영국·프랑스·독일 등 주요 유럽 증시가 일제히 1% 이상 조정을 받았다. 이날 유로화에 대한 미국 달러 환율도 헝가리발 악재에 따른 안전자산(미국 달러) 선호 현상이 강화되면서 4년여 만에 처음으로 1.2달러 밑으로 하락(평가절하)했다.

이처럼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친 것은 최근 들어선 헝가리 새 정권이 과거 정부의 재정통계 조작을 문제삼으며 "헝가리가 재정 위기로 국가 부도에 처할 수 있다는 전망은 전혀 과장이 아니다"라고 밝힌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헝가리발 악재가 지난주 반등에 성공한 국내 증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김성노 KB투자증권 이사는 “헝가리 사태 이후 지난 주말 미국 달러에 대한 원화 역외 환율이 20원 이상 오른 것을 감안하면 7일 국내 증시가 하락할 가능성도 높다”면서 “세계적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현상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다시 매도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선 당분간 보수적 관점에서 주식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잇따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의 자금 지원 방침으로 진정 조짐을 보이던 유럽 재정 위기가 헝가리 사태에서 보듯 언제라도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국내외 증시가 당분간 큰 폭으로 오르내릴 위험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구희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가가 당분간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을 염두에 두고 투자에 나서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