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시네마 리뷰] 포화속으로

다양한 색깔을 담아낸 최승현의 눈빛 연기

… 대어급 배우 탄생 예고

　역사를 다루는 일만큼 민감한 문제도 없다. 특히 그것이 많은 대중들이 즐겨보는 소설이나 영화에서 다뤄진다면 말이다.

영화 '포화속으로'는 6ㆍ25에 관한 이야기 중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학도병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학생들로만 이루어졌던 학도병들의 실상은 어땠을까. 이 영화는 포화속으로 사라진 71명의 학도병을 통해 그들을 사람들에게 기억시키고자 한다.

세월이 갈수록 영화의 소재가 굉장히 다양해지고 있는데 이 영화 역시 그렇다. 그 누가, 어느 감독이 71명의 학도병들을 영화로 만들겠다고 생각했겠는가.

영화는 일단 학도병들의 이미지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장황하게 배경설명을 늘어놓지 않는다. 설명은 오장범(최승현)에게만 가끔 나타나는데, 이는 감독의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장황한 설명은 관객을 지루하게 만들뿐더러 주제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눈에 띈다. 그 중 하나를 언급하자면 배우 박진희의 역할이다. 그녀의 역할은 영화에서 큰 의미를 남기지 못한다. 물론 박진희의 감미로운 귓속말은 보는 이의 마음을 설레이게 만들지만, 무엇을 뜻하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영화는 장점이 많다. 무엇보다 대어급 배우의 탄생이 이 영화를 이끄는 가장 큰 힘이다. 주인공을 맡은 최승현은 드라마 '아이리스'의 부진을 한방에 날려 버렸다. 다양한 색깔을 담아낸 그의 눈빛 연기는 백마디 또 그 어떤 액션보다도 강렬하게 관객의 마음을 흔든다. 수많은 아이돌그룹의 멤버들이 연기자로 변신하고 있는데 그 중 대부분은 자신의 이미지를 버리지 못해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그러나 오장범의 역할을 절묘하게 소화해낸 최승현은 또래 가수 출신 연기자들 중 단연 선두에 올라서며, 연말 시상식에서 꽤 주목을 받을 듯하다.

또한 카리스마 있는 박무랑(차승원)도 한몫을 단단히 한다. 북한국의 진격대장이지만, 그 역시 전쟁에서 희생된 한 인간일 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악역 같지 않은 악역 연기를 잘 소화해냈다. 여기에 학도병의 천진난만함을 담고 싶었다는 이재한 감독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화면 또한 영화의 질을 높여준다.

이런 대사가 나온다. "학도병은 군인인가, 아닌가?" 이에 대해 관객들과 배우들은 "학도병은 군인이다!"라고 당당히 외칠 수 있다. 궁금하지 않은가? 왜 이런 대답이 나오는지 말이다. 이 해답은 오는 16일 극장에서 찾을 수 있다.

< 홍예지ㆍ 청룡시네마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