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욱 기획팀장의 심층분석] 7인의 前 금통위원들 '가상 금통委 회의' 열어보니…

◆금리인상 문제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8.1%를 기록하면서 우리 경제는 금융위기 터널을 빠른 속도로 빠져나오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기 후 부득이 취해진 저금리 기조를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그러나, 금리인상에 대해서는 전직 금통위원들의 견해 차이가 컸다. A씨는 "당장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밝혔으며, 또 B씨도 "경기 중립적 기준금리 수준은 연 3~3.5%로 보기 때문에 7월부터는 금리인상이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중론도 만만치 않았다. D씨는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의 금리인상 추이를 보면서 (금리인상)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을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F씨는 "국내외 불확실성이 너무 많아서 하반기 정도에나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당장 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경제 상황

전직 금통위원들은 한결같이 "1분기 성장률이 높은 것은 작년 1분기(-4.3%) 성장률이 워낙 안 좋았던데 따른 기저(基底)효과"라며 "지나친 낙관론은 금물"이라고 했다. 때문에 올 하반기에는 성장세가 크게 둔화될 것으로 봤으며, 모든 전직 금통위원들이 '남유럽 재정위기'를 국내 경제를 위협하는 주요 불안요인으로 꼽았다. D씨는 이번 6월 지방선거 결과도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방선거가 여당 참패로 끝났기 때문에, 앞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갈등, 광역자치단체장과 광역의회 간의 마찰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하반기 우리 경제를 위협할 다른 요인으로는 남북 간 경색, 환율 불안, 기업과 금융회사의 구조조정과 그 과정에서의 부작용, 가계부채, 중국의 유동성 관리정책 등을 꼽았다.

◆물가 대응

유럽 재정위기로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증폭됨에 따라 회복세에 있던 세계경제가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가능성까지 거론될 정도로 주춤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전직 금통위원들은 "통화정책은 파급시차가 있기 때문에 향후 물가, 경기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사전에 금리를 올려놓아야지 나중에 경기가 더 추락할 때 금리를 내려 경기를 부양할 수 있다는 것이다. A씨는 "지금 금리를 조정해줘야 경기과열에 브레이크를 걸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B씨는 "지금은 디플레이션 걱정보다는 시장의 과다한 유동성을 점차적으로 해소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안화 절상의 영향

우리나라 최대 무역대상국인 중국이 앞으로 위안화를 절상하더라도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우세했다. 위안화가 절상이 되면 원화도 동반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대중(對中) 수출은 늘어나는 대신 다른 나라에 대한 수출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았다. G씨는 "위안화 절상과 함께 원화도 절상되면 수출과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지만, 세계경제가 회복세에 있어 실제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D씨는 "위안화 절상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준까지 우리 기업이 체질개선을 해야 한다"고 경고했으며, B씨는 "위안화 절상에 따라 국내 외환시장의 외국자본 유출입 압력이 높아져 환율 등에 불안요인이 될 수 있는 부분은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충고했다.

◆"가계부채 심각"

작년 말 기준 가구당 부채액이 4300만원을 돌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의 저금리 기조 속에 주택담보대출 등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전직 금통위원들은 "가계부채가 당장 우리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해서 대책을 미룰 경우 우리 경제에 잠재한 불균형 문제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G씨는 "가계의 부채 차입요인을 줄이는 동시에 일자리 창출을 통해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소득여건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리는 당장 인상해야 한다.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해서, 지금 할 일을 나중으로 미루다가 더 큰 비용을 치른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C 전 금통위원)

"우리의 주요 상대국인 미국과 일본이 사실상 제로금리 상태인데, 우리만 금리를 올리면 금리 차를 노리는 국제채권 투자자금이 유입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더 커진다."(D 전 금통위원)

10일 열리는 '6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앞서 본지가 전직(前職) 한은 총재와 금통위원들로 '가상의 금통위원회'를 구성해 기준금리 수준과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의견을 들어 보았다. '가상 금통위 회의' 결과 기준금리는 현 수준(연 2.00%)에서 동결됐다. 금리인상을 하려면 과반이 돼야 하는데 7명 가운데 3명은 '인상', 3명은 '동결', 1명은 '판단유보' 입장을 밝힌 것이다.

전직 금통위원들은 "지금 경기에 비해 기준금리 수준이 낮다"는 데는 대체로 동의했다. 하지만 남유럽 재정위기 사태 등 대외변수가 적지 않다는 이유로 신중론을 편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설문에 응한 7명의 전 금통위원들은 김명호 전 한은 총재(금통위원 재임기간 1993.3~1995.8), 이성남 민주당 의원(2004.4~2008.3), 심훈 전 위원(2006.4~ 2010.4), 최운열 서강대 교수(2002.4~ 2003.12), 김병일 한국국학진흥원장(2002.4~ 2004.1), 이덕훈 서강대 경제대학원 초빙교수(2004.4~2008.4), 남궁훈 전 위원(2000.4~2004.4) 등이다.

이들 중 누가 금리인상 여부에 대해 어떤 의견을 표명하고 어떤 발언을 했는지는 실제 금통위 의사록과 마찬가지로 익명으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