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험악해진 左邊

〈제9보〉(105~113)=일본은 제한시간, 초읽기, 덤, 입단 및 승단제도 등 기본규칙과 타이틀전 운영방식에 이르기까지 현대바둑의 모든 틀을 완성한 개척자였다. 90년대 초까지는 바둑 수준도 압도적이어서 각국 영재들이 다투어 유학길에 오르곤 했다. 그 일본바둑이 오늘날 어쩌다 바닥까지 추락했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변화를 거부한 죄가 가장 커 보인다. 아직도 일본은 동양 3국 중 유일하게 공식 랭킹제가 없으며 이틀걸이 대국을 자랑스럽게 고집하고 있다.

105로는 106에 이어 공격을 계속하고 싶으나 참고도 백2의 붙임으로 6까지 간단하게 안 된다. 105와 106의 교환으로 타협하는 안자이의 손길에 힘이 하나도 없다. 선수(先手)라도 잡았어야 무슨 일을 도모해 볼 텐데 107을 손 뺄 수도 없다. 이럴 때의 안타까움은 당해 본 사람만 안다.

108의 모자씌움은 적정(敵情)을 살핀 수. 안자이는 즉각 109, 111로 반발한다. '이쪽은 내 땅'이라는 영역 선포다. 그러나 지난 보(譜)에서 중원 경영에 실패하면서 흑은 좌변서도 이미 영향력이 크게 약화됐다. 안조영이 돌소리도 야무지게 112로 뛰어들자 113. 흑은 이제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라도 이 침입군을 섬멸하는 데 승부를 걸어야 할 판이다. 좌변 전투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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