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이판사판

〈제10보〉(113~125)=두 기사 지난 보(譜)부터 초 읽기가 시작됐다. 흑은 105수, 백은 108수 때부터 주어진 1인당 3시간을 다 써버린 것. 이제 남은 시간은 1분 초읽기 5개씩뿐이다. 계시원이 "50초, 하나, 둘…열"에 이르기 전 착점하지 못하면 1분 하나를 까먹는 식이다. 카운트 아웃이 5개에 이르면 시간패다. 안조영은 눈 하나 까딱 않고 거의 모든 수를 '아홉'에 놓는 강심장으로 계시원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다.

좌변에서 승패가 걸린 육탄전이 시작됐다. 113으로 포위된 백△가 살아가면 백승, 고스란히 사로잡힌다면 흑 승이다. 113으로 참고도 1의 직립(直立)이 최강 수단. 성립한다면 가장 효율적 공격인데, 하지만 12까지 이 백은 자체로 살아버린다. 119까지 예정된 코스를 거쳐 120으로 강력히 끊어왔다. 막상 끊기고 보니 백을 옭겠다는 흑의 동아줄이 너무 허약해 보인다.

그러나 흑은 이제 내친걸음이다. 여기서 뼈를 묻을 수밖에 없는 소위 이판사판의 상황. 121로 하나 밀어놓은 뒤 123으로 단수치고 125로 붙여왔다. 워낙 궁한 상황이어서 일견 묘수 같아 보이기도 한다. 흑의 또 하나 아픔은 그 와중에 위쪽 흑돌들이 너덜너덜해져 가고 있다는 점. 125 붙임 이후 좌하귀 전투의 종착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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